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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구글이 착하다고? 당신의 지갑·뇌까지 점령할텐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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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구글의 배신
시바 바이디야나단 지음
황희창 옮김
bs(브레인스토어)
358쪽, 1만5800원

타임지 선정 2006년 올해의 인물은 ‘You(당신)’이었다. 페이스북·유투브·블로그와 구글·야후 등의 콘텐츠를 직접 만들어내고, 그걸 다시 소비하는 우리들이야말로 디지털 세상의 꽃이란 찬사였다. 『구글의 배신』은 이런 순진한 낙관을 거부한다. 대신 ‘디지털 지옥’으로 변질된 오늘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소셜미디어·인터넷은 중동 민주화를 이끌어낸 공신이 맞지만, 동시에 사회적 재앙이다. 세상을 보는 시야를 좁히고 잘게 쪼개버려 끼리끼리 뭉치는 역효과를 낳았다. 이제 객관적 진실은 증발했다. 터무니없는 음모론·괴담이 판치는 라쇼몽의 세계(파하드 만주 지음 『이기적 진실』)는 가히 세계적 현상이다.

구글의 영향력이 막대해지면서 구글을 통해 얻은 것과 잃은 것을 성찰해 보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은 16일 뉴욕 미국소매업연합회 연차 총회 및 박람회의 구글 전시장. [로이터=뉴시스]

 『구글의 배신』의 저자(버지니아대 교수)가 주목하는 것은 인터넷·스마트폰 정보의 바다에서 압도적인 구글의 영향력이다. 불과 10여 년 전 탄생한 구글은 매 분기 60억 달러 매출을 올린다. 게다가 착한 기업이다. “악해지지 말자”는 게 모토이며, 얼마 전 일당독재 중국의 검열에 맞선 민주주의 전사로 찬사 받았다. 하지만 그들이야말로 견제 받지 않는 독재자다.

 오웰의 『1984』에 나오는 빅 브라더이지만, 위압적이지 않다는 게 묘한 특징이다. “전 세계적 감시시스템이지만, 조용하게 운영되기 때문에 발견하기 쉽지 않다.”(135쪽) 2만 명을 고용한 대기업이지만 소음도, 굴뚝도 없다. 하지만 그들은 미셀 푸코가 말한 거대한 판옵티콘(원형교도소) 세상의 감시자이다.

 세계 최고의 검색엔진 구글은 당신이 검색어를 치면 객관적 정보만을 펼쳐 보인다고 누구나 믿는다. 지저분한 것을 걸러주니 더 좋을까? 일테면 ‘빌 클린턴’과 ‘섹스’라는 두 단어를 쳐보라. 다른 사이트와 달리 영리한 구글은 포르노사이트로 연결을 피해준다. 대신 걸러진 정보만을 깔끔하게 보여준다.

 자체 필터링 기술을 갖춘 구글은 착한 청소부 내지 웹 세상의 선한 통치자가 아닐까? 게다가 공짜다! 그게 함정이다. 구글은 검색어를 친 당신의 마음 그리고 지갑의 돈까지 들여다본다. 수년 간 인터넷하는 당신 취향·관심을 축적한 때문인데, 그 맞춤정보를 광고주에게 넘겨 막대한 수익을 올린다.

  당신의 뇌를 점령한 구글은 곧 인류의 “문화적·과학적 자원들의 관리자”로 등장할 참인데, 일개 민간 기업에게 그걸 맡기는 게 정상일까?

 저자의 경고는 명쾌하다. 지금 세상에서 당신은 주인공이 아니라는 점이다. 단지 ‘구글화 되어버린’ 대상에 불과하다. 이미 모든 것의 구글화(the googlization of everything)가 진행됐다(이게 원서 제목이다). 국내에서 미디어 생태계를 교란하는 공룡 포털 경계론이 나온 게 10년, 『구글의 배신』은 이 분야 통찰에 큰 도움을 준다.

조우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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