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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육군도 신전략이 필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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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한용섭
국방대 부총장

미국의 새 국방전략이 발표됐다. 2개 주요 전쟁 동시 수행 전략인 윈-윈 전략의 변경을 시사하고, 지상군을 감축하며 해·공군 위주로 재편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미군 규모를 9·11 이전으로 원상 회복시키더라도 동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중단기적 변화는 크게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미국이 환경과 가용자원이 바뀌면 항상 새로운 전략을 내놓는다는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또한 미국의 공군과 해군을 활용한 공해전투를 강조하고 있는 점은 미군의 유동성을 증가시킬 가능성을 함축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우선 고려해야 할 사항은 2015년 12월에 한미연합군사령부가 해체되고, 전작권을 한국군이 지휘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만약 이명박 정부가 노무현 정부 때에 결정한 전작권 전환 시기를 3년 반 늦추지 않았다면 이번 미국의 신국방전략의 충격효과가 너무 클 뻔했다. 앞으로 3년 반 후의 한국군 주도의 작전권 행사에 대비해 한국 육군은 현재의 전략과 전력을 분석하고 반드시 새로운 전략과 전력구조 개선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먼저 무형전력인 우리 군대의 정신자세를 북한군의 정신자세와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북한 군대는 날조된 역사와 한·미동맹에 대한 적개심으로 교조화돼 있고, 3대 세습체제를 옹호하는 총폭탄으로서 일사불란한 충성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온갖 사이버수단으로 우리 군대와 사회를 무장해제시키고자 책동하고 있다. 이에 맞서 한국군은 군대의 정신무장을 강화시킬 획기적인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지상군의 유형전력은 전작권 환수 후에 현대식 네트워크 중심전과 신속한 작전을 수행하기에 부족함을 보이고 있다. 물론 미국의 정보감시정찰 자산의 도움을 받겠지만, 지상작전은 한국군 중심으로 수행돼야 하기 때문에 한국군의 정보감시정찰 능력을 대폭 증가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보병부대가 보유한 무기체계의 절반가량이 수명 주기가 상당히 오래 된 점, 복무기간이 21개월로 단축된 병사들의 낮은 숙련도와 전문성, 낮은 출산율로 인해 장기적으로 감소돼야 하는 군 규모 등은 전력구조의 획기적인 개선을 필요로 한다.

 전작권 전환이 3년 반 앞으로 다가온 지금, 우리 육군은 한반도에서 지상전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수행할 것인가에 대해 신전략을 마련하여 제시해야 할 것이다. 핵과 화생무기·미사일·특수군·자주포·방사포 등의 비대칭전력으로 무장한 북한이 전쟁을 감행한다면 우리가 어떻게 북한을 억제하고 이길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우리에게 주어진 큰 숙제인 것이다.

 앞으로 마련될 상부 구조 개선과 때를 맞추어 육군은 신전략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대안적 전력구조를 국민에게 제시하고 광범위한 토론을 거쳐 범국민적인 지지를 구해야 할 것이다.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 전체의 정권과 역사의 변환기에 안보의 불확실성과 유동성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 율곡 선생의 십만양병설의 교훈을 되새기며 한국 육군은 신전략과 전비태세 보강책을 마련함으로써 유비무환의 자세로 튼튼한 국방을 보장해야 할 것이다.

한용섭 국방대 부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