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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연희램프 … 세 번째 죽음, 마의 내부순환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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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19일 오전 승용차 추락사고가 일어난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내부순환로 현장에서 구청 관계자가 긴급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이날 25m 아래 홍제천 연가교 부근 천변으로 추락한 승용차가 불에 탄 채 뒤집혀 있다. [강정현 기자]

서울 내부순환도로에서 최근 두 달 새 석 대의 차량이 추락해 운전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전체 22㎞ 구간 중 사고는 연희램프(고가도로 진입·진출로)와 홍지문터널 사이 약 4㎞에 이르는 ‘마(魔)의 구간’에서 일어났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2일 긴급 현장조사를 해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오전 2시 서울 내부순환도로 연희램프 부근 성산에서 정릉 방면으로 달리던 김모(41)씨의 승용차가 25m 아래로 추락했다. 차량은 홍제천 변으로 떨어졌고 이 과정에서 밖으로 튕겨 나온 김씨는 현장에서 사망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의 차량은 3차로 도로 중 셋째 차로로 달리다 차선을 바꾸지 못한 채 램프 끝에 설치된 50㎝ 높이의 화단에 부딪쳤다. 오른쪽 바퀴가 화단 위로 올라가 차체가 들리면서 콘크리트 방호벽을 넘어 추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화단과 소음차단벽 사이 차량 한 대가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공간으로 차체가 빠지면서 추락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28일과 30일 새벽에도 각각 트럭과 냉동탑차가 화단에 충돌한 뒤 아래로 추락해 운전자가 그 자리에서 숨졌다. 지난해 1월에도 내부순환도로 사근램프 부근에서 정릉에서 성수대교 방향으로 달리던 승용차가 추락해 이모(25)씨 등 2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최근 일어난 세 번의 추락 사망 사고는 모두 차량이 램프의 끝부분에 설치된 벽돌 화단에 오른쪽 바퀴가 걸쳐 사다리를 타듯이 차체가 들리면서 발생했다. 램프의 끝부분은 도로와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고 옹벽처럼 막혀 있다. 운전자들이 곡선도로를 직선으로 착각하거나 차로가 줄어든다는 사실을 놓칠 수 있는 지점이다. 과속으로 달리다 이를 피하지 못한 운전자가 그곳에 놓인 화단을 발판 삼아 도로를 이탈한 것이다. 해당 지점에 과속카메라가 설치돼 있지 않았고 3차로 도로 중 셋째 차로로 달리다 사고가 난 점도 공통적이다.

 12월 2일 서울시청은 경찰·전문가 등이 참여한 긴급 현장조사를 해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19일 사고가 나기까지 방호벽을 세우는 등의 시청의 조치는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조사에 참여한 서울시립대 이수범(교통공학과) 교수는 “차량이 추락할 경우 아래 도로를 달리는 차량이나 산책로에 있는 사람이 2차 피해를 볼 수 있어 화단 대신 시야가 가리더라도 높이 1m 이상의 방호벽을 놓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서울시청은 첫 사고 발생 후 한 달 만인 12월 28일 대책을 수립하고 현재 공사업체를 선정 중이다. 시청 관계자는 “내부순환도로뿐만 아니라 전체 도로를 조사하느라 대책 수립이 늦어졌다”며 “화단 앞 콘크리트 방호벽을 높이려고 했지만 예산 문제가 있고 겨울이라 공사가 지연돼 2월 중 설치를 완료할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계약 업체를 통해서라도 빨리 조치할 방침”이라며 “임시로 콘크리트 방호벽을 화단이 있는 지점에 설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시청 측이 도로 관리 업무에 소홀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도 수사할 계획이다.

◆내부순환도로=서울 동부에서 서부를 잇는 도시고속도로로 1999년 개통했다. 마포구 성산동~성북구 정릉동~성동구 성수동을 잇는 22㎞ 구간으로 15~25m 높이의 고가도로다. 구간별로 다른 도로로 연결되는 19개의 램프가 설치돼 있다. 최근 발생한 추락 사고의 원인이 된 화단이 놓인 곳은 성산·홍제·홍은·연희램프 등 4개소다. 2005년 서울시가 도시조경사업을 하면서 조성됐다.

두 달 새 차량 3대 추락
첫 사고 뒤 50일 넘었는데
아직도 공사업체 선정 중
경찰, 서울시 안전 소홀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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