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국제유가상승으로 실질구매력 떨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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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수출로 돈을 벌어들였지만 국제 유가가 크게 오르는 바람에 그 돈으로 외국의 상품을 살 수 있는 구매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분기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은 9.6%를 기록했으나 실제 구매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8% 증가하는 데 그쳤다.

국제시장에서 물건을 살 수 있는 실제 능력은 실질생산 증가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다는 얘기다.

2분기 GDP는 1백17조4천9백26억원. 그러나 이 기간 중 국민소득으로 살 수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양을 나타내는 GNI는 99조9천5백69억원에 그쳤다.

생산과 실제소득과의 차이 17조원은 국제 유가 인상으로 '증발' 한 셈이다.

외국에서 많이 사오는 물건 값이 급격히 오르면 GNI는 감소할 수밖에 없다.

GNI는 한때 GDP성장률과 동반 상승세를 보여왔으나 지난해 3분기 이후 뚜렷이 낮아지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올 2분기 중 평균 수입단가에 비해 수출단가가 어느 정도인가를 보는 교역조건지수(1995년〓100)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7% 떨어진 72.6을 기록했다.

이는 1980년 1분기(-15.1%)이래 최대 하락폭이다.

아직 우리 경제가 싼 물건을 많이 팔고 비싸게 수입하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은행 정정호(鄭政鎬)경제통계국장은 "하반기에도 국제 유가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앞으로도 전체 국민이 느끼는 소득증가는 그리 높지 않을 것" 으로 전망했다.

◇ 국민총소득〓한 나라가 자동차만 수출해 원유를 수입한다고 가정하자.

이 나라는 지난해 차 1천대를 수출해 그 돈으로 원유 1만배럴을 수입할 수 있었다.

그런데 올해는 원유값이 두 배로 올라 똑같은 가격으로 차를 수출해도 원유는 5천배럴밖에 살 수 없게 됐다.

이런 경우 자동차 생산과정을 통한 국내총생산은 지난해와 같아도 구매력, 다시 말해 자동차 수출대금으로 살 수 있는 원유는 절반으로 준다.

즉 GNI가 반으로 감소하는 것이다.

결국 교역조건 변화에 따른 한 나라의 실질구매력을 보여주는 지표가 GNI인 셈이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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