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라고 굳이 고향갈 필요 있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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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뿔이 객지로 흩어졌다 모인 가족들… 손에 손에 들린 선물꾸러미… 담장을 넘어 들리는 정겨운 웃음소리… 둥근 보름달 밑에서 영그는 형제간의 정….

민족의 전통명절 추석의 이런 모습들이 변하고 있다.

며칠밤 줄을 서서 고향행 기차표를 끊고 주차장을 방불케하는 짜증의 정체길을 가야 하는데도 '그래도 고향길'이라며 발걸음을 재촉하던 예전의 귀향 풍경이 사뭇 달라진 것. 변화는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젊은 직장인들에게서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직장인 조재연씨(27)
는 "평소 2∼3시간이면 갈 수 있는 고향을 추석이라고 굳이 10시간 넘게 고생하며 내려갈 필요가 있나?"고 말했다.

실제로 '추석 연휴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 라는 Joins.com의 설문조사에서는 '고향에 내려가겠다'고 응답한 사람은 40%에 불과했다. 4천6백여명의 응답자중 51%가 '집에서 쉬겠다' 9%가 '여행을 가겠다'고 답했다.

추석연휴를 보내는 방법도 다양하다.

테헤란밸리의 인터넷회사에 일하는 황지연씨(26)
는 "직장 업무에 밀려 하고 싶은 일도 못하고 지냈다. 연휴기간중 영화나 실컷 볼 생각"이라고 한가위 계획을 밝혔다.

평소 못보고 지내던 친구들을 만나 회포를 풀겠다는 사람들도 많다.

동문모임사이트인 아이러브스쿨 게시판에선 "한가할 때 한번 뭉치자"며 추석 중 번개모임을 제안한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명절 연휴를 이용해 여행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모습은 이미 오래된 풍경.

7일 김포공항은 추석 전 해외로 떠나려는 여행객들로 부쩍 붐볐다. 태국·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떠나는 추석연휴 기간 항공표는 지난달 벌써 매진됐다. 제주·설악산 등 국내 주요 관광지에도 사람들이 북적거리기는 마찬가지. 9일부터 13일까지 제주도내 콘도·호텔은 이미 예약이 끝나 빈 방을 구할 수가 없다.

하지만 우리 전통 명절이 현대의 편의주의에 따라 변하고 있다고 아쉬움을 나타내는 사람들도 많다. 바쁜 일을 모두 미루고 무조건 고향행 표를 끊었다는 김선익(39)
씨는 "고향땅을 밟으며 가슴 설레하고 부모형제가 오손도손 모여 서로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우리 명절의 의미가 변색되는 듯 하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Joins.com 손창원 기자 <pendori@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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