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한인, 설산 조난 이틀만에 극적 구조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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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2일만에 구조대에 발견된 김용천씨가 들것에 실려 안전한 곳으로 옮겨지고 있다. [AP]

60대 한인이 눈덮인 산에서 실종된 지 이틀 만에 기적적으로 살아 돌아왔다.

드라마의 주인공은 워싱턴주 타코마시에 거주하는 김용천(66)씨. 그는 지난 14일 그가 이끄는 산악회 회원 16명과 레이니어산 등반에 나섰다 미끄러운 눈에 실족하며 그룹에서 이탈한지 이틀 만인 16일 오후 구조대원들에게 극적으로 구조됐다.

실족 후 정신을 수습한 김씨는 회원들에게 무전기로 "괜찮다. 조금 있다 만나자"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는 쏟아지는 눈 때문에 방향을 잃고 길을 잘못 들었다. 설상가상으로 또 다시 계곡으로 미끄러지면서 무전기와 장갑 지팡이까지 잃어버렸다.

김씨는 "조난당했다고 판단한 순간 추운 날씨를 피할 곳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근처 큰 바위 밑에 몸을 숨겼다"고 아찔했던 당시를 회상했다.

김씨는 추위를 이기기 위해 근처에 떨어진 나뭇잎을 모아 불을 피웠다. 그러나 눈 덮인 겨울산에 잎이 많을리 없었다. 그는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을 땔감으로 사용했다. 양말 옷가지 치약 구급약 등 태울 수 있는 것은 모두 태웠다. 지갑에 있던 1달러 5달러 지폐도 땔감으로 사용됐다. 그는 "죽고 나면 뭐가 중요하겠냐 싶어 배낭에 있던 태울 수 있는 것들은 모두 태웠다. 그래도 추위가 견디기 어려워 걷고 또 걸으며 몸을 따뜻하게 하고 큰 나무의 빈 공간을 찾아 기어들어갔다"고 밝혔다.

첫날 밤 잠이 들면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졸음을 참으려 애썼다는 그는 "아내와 따뜻한 찜질방에 가서 즐겁게 이야기하는 상상을 하며 외롭고 추운 긴 밤을 보냈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김씨가 추위와 사투를 벌이는 동안 회원들과 구조대는 김씨를 찾아 나섰다.

회원들은 14일 오후 김씨가 집결지인 주차장에 나타나지 않자 바로 실종신고를 했다. 구조대는 16일 오후 김씨가 처음 실족한 장소에서 1마일 이내 지점에서 극적으로 그를 발견했다. 하지만 눈이 계속 내린 탓에 구조작업에 차질을 빚었다. 결국 김씨는 발견된 지 9시간 만에 처음 출발했던 주차장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현지 언론매체들과의 인터뷰에서 김씨는 "구조대가 뒤에서 '미스터 김' 하고 부르는 소리가 꿈결같았다. 정말 좋은 사람들이다"라는 말로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애타게 자신을 기다리던 가족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연발하며 감격스러워 했다.

김씨는 구조 당시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건강한 상태였으며 현장에서 간단한 검진만 받은 뒤 귀가했다.

김씨가 조난당한 레이니어산은 시애틀에서 남서쪽으로 100마일 떨어진 지역에 위치해 있으며 관광지로 명성이 높다. 높이는 5400피트에 이른다. 겨울철에는 평균기온이 화씨 10도 정도에 머문다. 지역 언론매체들은 김씨가 이틀 동안 극한의 추위를 이겨내고 생환한 사실에 대해 '기적'이라며 대서특필했다.

백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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