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행복까지 책임지겠다 … 12년새 직원 30배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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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온라인투어의 박혜원 대표는 “스마트한 시스템으로 직원이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지키겠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기술연구소도 설립했다. 왼쪽부터 윤은선 사원, 박혜원 대표, 양미림·이유란·김병호 사원. [김도훈 기자]

‘업계 최초 병역특례업체 선정, 벤처기업 인증, 특허 등록 27건, 프로그램 등록 5건’. 인터넷 여행업체인 온라인투어의 기록이다. “똑똑한 시스템이 직원들의 수고를 덜어줍니다. 시스템이 회사를 지키는 시간에 직원은 가정을 챙겨야죠.” 이 회사 박혜원(47·여) 대표가 기술력에 욕심을 내는 이유다. 온라인투어는 인터넷으로 항공·호텔 예약을 돕는 업체로 올해 설립 12주년을 맞았다.

직원 5명에서 시작했지만 어느새 156명의 직원이 연 207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가 됐다. 2009년부터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항공권매출 순위에서 국내 2위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하루 3만 명 이상의 고객이 이 회사 홈페이지를 찾는다.

 결혼 후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 셋을 키우던 박 대표가 사업에 뛰어든 건 벤처붐이 한창이던 2000년 1월이었다. 막내 아들 백일 무렵 지인으로부터 정보기술(IT)의 가능성을 듣고 눈이 번쩍 뜨였다. IT를 기반으로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분야를 고민하다 여행업을 선택했다. “여행업계 출신이 아니라는 점이 오히려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었죠.” 그는 사람의 손을 거쳐야 했던 작업방식을 점차 시스템으로 바꿔나갔다. 자체 기술연구소까지 만들어 실시간 전 세계 항공 검색엔진과 예약시스템을 개발했다. 25단계의 구매 절차가 7단계까지 줄어들었다. 이렇게 시스템을 통해 ‘절약한’ 인력은 더 좋은 상품을 개발하는 데 썼다.

 이 회사 직원의 평균 연령은 31.6세다. 전 직원의 95%인 148명이 20~30대다. 사람을 뽑을 때는 여행업에 대한 ‘이해’보다는 ‘열정’을 본다. “일을 즐기는 사람을 당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박 대표의 확신 때문이다. 숭의여대에서 관광학을 전공하고 지난해 11월 입사한 양미림(24·여)씨도 온라인투어의 ‘열혈고객’이 직원이 된 경우다. 그는 “여행을 워낙 좋아해 대학 때 3~4차례 배낭여행을 떠났다. 매번 앞선 서비스를 직접 경험하면서 회사에 대한 믿음을 키웠다”고 말했다.

 입사한 지 1년이 지나면 사내의 ‘스터디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해 여행을 다녀올 수 있다. 열정과 즐거움을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한 회사의 배려다. 매해 직원의 약 40%가 이 제도를 통해 해외로 떠난다. 박은숙 여행사업본부 중국팀장도 지난 겨울 4박5일 일정으로 중국 시안·정조우에 다녀왔다. 그는 “자유로운 여행자가 돼 현지를 배우고 느낀 후 돌아오면 내가 맡은 업무에 대한 애정이 다시 샘솟는다”고 말했다. 외국과의 업무 교류가 많은 만큼 연 60만원씩 어학수강료도 지원한다.

 사실 온라인투어는 ‘여성적인’ 기업이기도 하다. 전 직원의 74%가 여성이다. 박 대표는 여성인력에 대한 애정과 믿음을 숨기지 않는다. “특히 결혼한 여성이 타인과의 소통이나 업무를 꼼꼼하게 처리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생각이다.

 박 대표는 일찌감치 회사에 보육시설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회사가 좀 더 크면 이것만큼은 꼭 지키겠다는 각오다. “10년 정도는 아이들이 잠든 얼굴만 본 것 같아요. 가족과 함께 있다는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지는 누구보다 제가 잘 알죠.” 지난해 송년회 자리에서도 “우리 회사 직원 600명의 행복을 책임지겠다”고 선언했다. 직원 150여 명의 가족까지 회사사람으로 여기겠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기술력을 앞세운 시스템을 계속 개발할 예정이다. 업무강도는 줄이고 생산성은 높이기 위해서다. “일이 많다고 직원들을 24시간 돌릴 수 있나요. 가족과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을 늘릴 수 있도록 똑똑하고 완벽한 시스템을 만들 겁니다.” 이 회사는 올해 부산지점을 열면서 지난해보다 30% 늘어난 44명을 채용한다.

특별취재팀=나현철·김선하·한애란·김혜미 기자

전문가가 본 온라인투어

여행상품 구매 7단계로 확 줄여

변주석 박사
기술보증기금 강남본부평가센터

여행업은 인터넷의 장점을 가장 크게 부가시킬 수 있는 산업이다. ‘속도’에 상품 경쟁력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온라인투어는 여행상품의 구매절차를 7단계까지 확 줄이면서 속도를 잡았다. 다른 인터넷 여행사들이 약 25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을 감안하면 확연히 차별화된 점이다. 고객이 직접 탑승자·여권·체류지 정보 등을 입력할 수 있도록 하고, ‘스마트 항공 검색’ 시스템을 통해 예약하고자 하는 항공기의 좌석상황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게 하는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부분의 온라인 여행사들은 여전히 자체 프로그램 없이 웹을 통해 여행정보를 제공하거나 여행대행업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 주목할 만한 것은 온라인투어가 만들어가고 있는 직원 중심의 문화다.

기술보증기금 강남본부평가센터 변주석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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