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박찬호, 정상급 투수 향해 질주

중앙일보

입력

박찬호(27.LA 다저스)가 데뷔 6년만에 메이저리그 정상급 투수 자리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4일(한국시간) 8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15승을 올린 박찬호는 그동안 평론가들로부터 받았던 '미완'이나 '유망주'라는 딱지와 작별했다.

4년 연속 두자리 승수를 따냈지만 볼넷 남발과 많은 피홈런수, 완투 능력 부족 등으로 메이저리그 정상급 투수로는 모자란다는 평가를 받았던 박찬호는 이번 4연승과 15승 고지 점령으로 '진골투수'로 진급했다.

에이스 케빈 브라운(12승)을 제치고 팀내 최다승을 유지한 박찬호는 18승으로 내셔널리그 다승선두인 톰 글래빈(애틀랜타 브레이브스)마저 추격할 바탕을 만들었다.

특히 박찬호는 후반기 대분발로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에서 '성골'로 분류되는 랜디 존슨(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그렉그 매덕스(애틀랜타), 케빈 브라운 등과 다승 및 방어율 경쟁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7경기에서 5승1패의 높은 승률과 경기당 2점 이상을 내주지 않으며 방어율 1.69로 활약한 박찬호의 투구는 이미 정상급 투수나 다름없다.

이런 박찬호의 상승세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획득하는 내년 시즌을 앞두고 큰 의미를 갖는다.

메이저리그 30개 팀 가운데 어느 팀을 가도 1, 2선발투수 자리를 꿰찰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줌으로써 내년 몸값의 폭등을 예고했다.

지난해 불안한 투구 때문에 1년간 425만달러 계약에 만족했던 박찬호는 15승 고지를 넘어서면서 연간 1천만달러짜리 거물로 변신했다.

메이저리그 데뷔 6년차에 60승 이상을 달성한 투수는 어김없이 대투수로 성장한 전례가 있는데다 나이가 젊어 상당기간 활용도가 높은 박찬호를 다른 팀에 빼앗기지 않으려는 다저스가 고액연봉으로 다년계약을 베팅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94년 한양대를 중도에 그만두고 미국행 비행기에 오를 때 "최고 투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던 박찬호의 각오는 이미 절반 이상 실현된 것이다.(서울=연합뉴스) 권 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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