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샤오강, 박수근, 슈나벨 … 100억대 매물 쏟아진 까닭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장샤오강의 ‘혈연’(2003, 80×100㎝). 격동의 현대사를 거친 중국인의 표상이다. 부산저축은행 측이 14억원에 구입했다는 그림이다.

아시아 미술시장에 때아닌 ‘매물’이 쏟아진다. 그것도 한국 정부기관에서 내놓는 것이다.

 예금보험공사는 지난해 영업 정지된 부산저축은행계열, 삼화·도민저축은행에서 확보한 미술품 91점을 처분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최근 주관사 선정에 들어갔다. 국내외 경매사를 막론하고 “홍콩 등 해외경매 가능 전문회사”라는 자격조건을 달았다. 가격을 최대한 높게 받아 저축은행 고객들에게 지급할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예보 심동관 선임조사역은 “영업 정지당한 저축은행을 대신해 고객 예금을 지급하다 보니 자금난이 생겼다. 손실을 줄이고자 압수한 미술품을 경매에 부치려 한다”고 말했다. 세금체납자 등에게서 압류한 주식·부동산의 경매에 미술품이 포함되는 경우는 더러 있었지만, 이렇게 미술품만 별도로 전문회사를 선정해 본격 경매에 나서는 것은 처음이다.

 매각 대상 91점에는 장샤오강(張曉剛·54)의 ‘혈연-대가족’ 시리즈, 쩡판즈(曾梵志·48)의 ‘스카이’ ‘트라우마’ 시리즈, 인자오양(尹朝陽·42)의 ‘천안문’ 시리즈 등 최근 미술 경매시장을 달군 중국 유명 화가의 작품이 15점 포함돼 있다.

 이외에 미국 신표현주의 화가 줄리안 슈나벨(61)의 ‘마더’ 등 5점, 국민화가 박수근(1914∼65)의 ‘줄넘기하는 아이들’, 인기화가 오치균(56)의 ‘서울풍경’ 등도 있다. 총 장부가액은 100억원 가량. 쩡판즈의 경우 홍콩에서의 경매 최고기록은 99억원이다. 예보는 장부가 이상의 경매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김민영 전 부산저축은행사장이 갖고 있던 『월인석보(月印釋譜)』 등 보물 18점을 포함한 82억원 상당의 문화재는 포함되지 않았다. 재판 결과가 확정되지 않아서다.

 미술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팔리기 어려운 작품군도 있어 성격에 따라 구분해 국내외에서 나눠 팔게 될 것”이라며 “소더비·크리스티 등 해외 유명 경매사도 입찰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