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우리말 바루기] 에다/에이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12면

오늘은 이십사절기 중 스물셋째인 소한(小寒)이다. 대한이 소한의 집에 가서 얼어 죽는다는 속담이 있다. 북한에서는 소한이 대한의 집에 몸 녹이러 간다는 표현을 쓴다고 한다. 모두 소한 추위가 그만큼 대단함을 묘사하는 말이다.

 매운 추위에 바람까지 겹치면 눈물이 나고 볼과 귀가 꼬집어 뜯는 듯이 아프다. 이런 상황을 흔히 “찬바람이 뺨을 에어 낼 것처럼 몰아쳤다” “눈바람 때문에 코끝이 에이는 듯 아파왔다”처럼 표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에어 낼 것처럼’에서는 ‘에다’가, ‘코끝이 에이는 듯’에서는 ‘에이다’가 활용됐다. ‘에다’와 ‘에이다’는 어떻게 구별해 써야 하는 걸까. ‘에다’는 ‘칼 따위로 도려내듯 베다’란 뜻이다. ‘에이다’는 ‘에다’의 피동사다.

 이들의 관계를 단순화하면 ‘베다’와 ‘베이다’가 된다. 즉, ‘에다’는 ‘~을 베다’란 뜻이고 ‘에이다’는 ‘~에 베이다’란 뜻이다. ‘에다’와 ‘에이다’ 중 어느 쪽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면 ‘베다’와 ‘베이다’를 대입해보자. 첫째 예문은 “찬바람이 뺨을 베어 낼 것처럼 몰아쳤다”이므로 ‘에다’가 적합하다.

 둘째 예문은 생각하기에 따라 둘 다 가능하다. “코끝이 (누가) 베는 듯 아파왔다”로 생각한다면 ‘에다’가, “코끝이 (누구에 의해) 베이는 듯 아파왔다”로 생각한다면 ‘에이다’가 되기 때문이다.

 그럼 ‘목이 메다’와 ‘목이 메이다’도 둘 다 쓸 수 있는 걸까. 이때의 ‘메다’에는 이미 피동의 의미가 들어 있기 때문에 ‘메이다’가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목이 메였다”는 잘못이며 ‘목이 메었다’로 쓰는 게 옳다.

▶ [우리말 바루기] 더 보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