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삼성, 현대에 뒷심부족

중앙일보

입력

현대와 삼성의 재계 라이벌전의 초점은 삼성이었다. 드림리그 2위를 어렵게 탈환한 후 상대전적에서 약세(5승1무6패)를 보였던 현대와의 정면대결을 통해 상승무드와 자신감회복 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이틀 비슷한 경기를 벌인 끝에 2-4로 연패했다. 현대가 선취점을 내면 동점을 만들었지만 또 다시 달아나면 추격하지 못했다. 뒷심부족이었다.

일단 두 팀의 투수력은 선발에서 차이가 난다. 정민태-김수경으로 이어지는 파워를 가르시아-김진웅으로 막아내긴 역부족. 따라서 타선에 기대감을 나타냈지만 1백 경기를 넘어서면서 체력적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한 선수들의 베트스피드는 현저히 줄었다.

이승엽(담)과 정경배(왼쪽어깨)가 각각 부상으로 스타팅에서 빠지며 구멍이 생겼고 프랑코도 40이란 나이는 어쩔수가 없었다. 백업멤버의 활약도 신통치 못해 남기현이 박아지 안타 하나를 친 것 뿐 박정환은 침묵했다. 오히려 박진만 대신 출전한 현대 장교성의 호수비와 2루타가 돋보였다.

현대는 삼성과 12.5게임차이지만 무조건 이긴다는 김재박 감독의 강한 의지 속에 초반 2차례의 보내기 번트를 성공시키며 2점을 뽑았다. 반면 갈길 바쁜 삼성은 2회초 선두 김한수가 3루타를 쳤지만 팀베팅이 결여되며 초반 주도권 잡기에 실패, 경기를 끌려갔다.

국내선수중 직구를 가장 잘치는 박재홍은 어제오늘 연속 쐐기포를 날리며 30홈런고지에 도달했다. 볼카운트1-1,1-0에서 변화구 유인에 대한 연구가 아쉬운 대목이다.

삼성이 그토록 원하는 우승을 하려면 현대의 벽을 넘어야 한다. 하지만 모기업의 어려움과 달리 현대의 전력은 탄탄 그 자체이다. 투-타-수의 3박자가 척척 들어맞는다. 안정된 막강 현대전력과 상대할 수 있는 삼성의 가장 큰 무기는 삭발투혼으로 보여주었던 수사불패의 정신력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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