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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 미래 · 조선 안정 · 유통 공존 · 제약 해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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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매해 발표하는 신년사에는 한 해 살림살이를 어떻게 꾸려나갈지에 대한 고민이 녹아 있다. 내부 사정이야 다르겠지만 업종별로 묶어보면 유사한 내용이 많고, 이를 바탕으로 그해 산업기상도를 그릴 수 있다. 업종마다 처한 환경이 비슷하다 보니 고민의 내용도 닮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유업계는 올해 ‘미래 먹거리’ 발굴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미 국내외 석유시장이 포화 상태에 달해 석유제품의 생산·판매만으로는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허동수(69) GS칼텍스 회장은 서울 역삼동 GS타워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올해의 경영목표를 지난해에 이어 ‘미래를 위한 가교(Bridge to the Future)’로 두고 분야마다 최고 수준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전략적으로 위기에 대응하자”고 말했다. 또 지난해 GS칼텍스의 지주회사로 출범시킨 GS에너지를 통해 신성장 사업에 주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글로벌 경제 위기로 수주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전망됐던 조선·중공업계에는 ‘책임’과 ‘안정’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강덕수(62) STX 회장은 올해 화두를 ‘책임경영’으로 정했다. 그는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은 올해에도 계속된다. 구성원 모두가 주인정신으로 무장해 급변하는 환경의 위기를 기회로 발전시킬 수 있게 ‘책임경영’을 실천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재성(60) 현대중공업 사장은 “시시각각 변하는 경영환경이 미칠 영향과 파급효과를 분석해 대처 방안을 수립해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유통업계의 키워드는 ‘공존’이다. 지난해 여론을 달궜던 기업형 수퍼마켓(SSM)에 대한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정용진(44) 신세계 그룹 부회장은 성장과 더불어 ‘지역사회·중소기업과의 공존’을 올해의 키워드로 내세웠다. 그는 “신세계의 성장은 본업에 충실하면서도 지역사회와 중기를 배려하는 ‘따뜻한 성장이 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성장과 투자를 통한 고용 확대,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익 증대, 제조업의 생산 촉진과 개발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는 유통기업이 국가와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이승한(66) 홈플러스 회장 역시 신년사에서 “‘세상을 바꾸는 따뜻한 경영’을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약업계는 해외시장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정부의 일괄약가 인하 제도가 시행돼 국내 경영환경이 나빠질 것을 우려한 조치다. 강신호(85) 동아제약 회장은 “회사 매출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신약 개발과 해외 수출 비중을 확대해 세계적인 제약기업으로 성장해 나가자”고 했다. 이종욱(63) 대웅제약 대표는 “품목 구조조정을 해 내실을 키우고 글로벌 연구 네트워크를 통해 세계에서 통할 수 있는 개량 신약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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