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로 나가서 돈 벌어 오겠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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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본격적인 우주시대를 개막한 항공우주연구소의 류장수 박사가 벤처기업을 창업했다. 인공위성 및 지상단말기를 개발하는 우주개발 분야 벤처 1호를 탄생시킨 것이다. 보장된 미래를 박차고 벤처기업의 모험에 나선 것은 위성기술의 산업화 수준을 선진국 수준으로끌어 올리기 위한 것이다.

아리랑 1호 등 국내 위성 개발 주도

벤처업계에도 우주시대가 열렸다.

아리랑 1호 등 국내 위성 개발을 주도하면서 본격적인 우주시대를 열었던 한국항공우주연구소(이하 항우연)의 류장수 박사(48)가 인공위성 및 위성 지상 단말기 개발을 주 업무로 하는 우주개발 분야 벤처 1호, 아태위성산업(APS)을 창업했다. 특히 아리랑 2호 발사라는 중대한 책임까지 맡은 데다 차기 항우연 소장으로 거론될 만큼 비중 있는 류박사가 벤처라는 모험을 선택한 것은 그만의 이유가 있다.

“지난 87년부터 아리랑 위성과 통신위성 등의 연구개발 현장을 지켜왔습니다. 지금까지 진행한 위성 분야의 연구 결과를 볼 때 우리 나라의 위성 연구개발 능력은 항우연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의 적극 투자로 일정 수준을 갖췄으나 위성기술의 산업화 분야는 아직 멀었습니다.”

류박사가 보장된 미래를 박차고 벤처행을 택한 것은 바로 이 점 때문이다. 위성을 통한 인터넷이나 방송, 영상회의 등 위성 멀티 서비스 시장이 급증하면서 더 이상 선진국에 밀릴 수 없다는 오기가 발동한 것이다. 올해 우주산업 분야 세계 시장 규모는 3백억달러 정도. 이 가운데 인공위성 송수신 지상 단말기 분야를 포함한 위성 멀티미디어 서비스 시장은 2004년 1백50억달러, 2008년에는 3백5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류박사가 위성산업 분야의 벤처 창업을 결심한 것은 올 초. 그 동안 국내외 시장 동향, 개발 가능성 등 사업 타당성을 꾸준히 검토한 끝에 지금이 가장 적기라고 판단, 지난 6월 전격적으로 항우연에 휴직계를 제출했다.

아태위성산업의 창업 자본금은 30억5천만원. 현대 및 삼성 등 기업체의 항공우주 관련 분야에서 일하던 석·박사급 전문가 12명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올해 말까지 벤처캐피털로부터 최소 1백50억원의 자금을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아태위성산업의 사업 분야는 인공위성과 지상 단말기 개발 등 두 가지. 인공위성은 항우연과 공동 수주를 통해 국산화에 나설 계획이지만 단말기는 자체개발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따라서 이 회사의 1차 사업 목표는 2003년 발사 운영을 목표로 진행 중인 국내 통신방송 위성을 수주하는 것.

항우연 등과 컨소시엄을 형성해 위성 개발에 나서 국내에서 제작 및 조립토록 해 해외업체에 비해 위성 제작단가를 크게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또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양방향 위성송수신단말기를 자체 기술로 개발해 국제가보다 저렴하게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항우연과는 시설의 공동사용 및 인공위성, 단말기 공동수주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 위성 개발은 항우연에 수탁연구를 통해, 단말기는 직접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류박사에게 벤처는 그리 낯설지 않다. KAIST 박사과정이던 지난 82년 전자저울을 생산하는 카스라는 벤처를 공동 설립, 메디슨의 이민화 사장, 큐닉스의 이범천 사장 등과 함께 당시 3대 벤처기업으로 자웅을 겨룬 전력도 있다. 지난 87년부터는 구 천문우주과학연구소에 발을 디딘 이래 한국항공우주연구소에서 연구개발 책임자, 우주사업단장 등을 거치며 아리랑1호 위성과 과학로켓, 통신방송위성 개발사업을 주도해 왔다.

그러기에 현재 거론되는 벤처 위기론에 대해서도 류박사는 괘념치 않는다. 우리 나라 위성시대를 개막한 이 분야의 최고 전문가이자 아태위성산업만의 독자적인 기술력과 항우연과 협약 체결을 맺은 만큼 어느 누구보다 앞선 기술력이 확보돼 있기 때문이다. 연말에는 어느 정도 가시적 성과를 내겠다고 류박사는 강한 의지를 내비친다.

“이제 새로운 위성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이른바 위성 멀티 서비스 시대를 아태위성산업이 개척해 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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