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미디어·오락 돈먹는 '블랙 홀'

중앙일보

입력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됐던 온라인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사업이 골치거리로 전락, '뉴미디어 제국' 건설을 꿈꾸며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온 많은 미국 기업들을 수렁에 빠뜨리고 있다고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가 보도했다.

이 잡지는 "인터넷으로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상품을 판매하면 물류 비용이 줄고, 광고 수입도 짭짤해 높은 수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됐지만 예상외로 복병이 많았다" 며 "미 업체들은 현재 포기하느냐,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 투자를 계속하느냐의 갈림길에 서있다" 고 전했다.

◇ 실태〓NBC방송은 지난해 11월 NBC닷컴(방송).스냅(검색서비스).줌(온라인저장서비스)등 관계사를 통합해 NBC인터넷사이트를 출범시켰다. 상장과 동시에 주가가 급등, 업계의 부러움을 샀다.

그러나 저조한 이용률과 부진한 광고 매출로 적자가 이어졌고 주가도 올들어 89%나 폭락했다.

올 2분기에는 3천1백만달러 매출에 1억5천2백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NBC인터넷은 이달초 직원 20%를 해고키로 결정했다.

디즈니는 지난해 25억달러를 들여 ABC.ESPN 등을 통합, 고닷컴이라는 엔터테인먼트 포털사이트를 설립했지만 3개월 만에 2억5천만달러의 적자를 내고 손을 들었다.

벤처기업인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네트워크는 6천만달러를 투입, 인터넷 유료 영화 서비스를 해왔으나 적자로 지난 6월 파산 신청을 냈다.

올해초 타임워너를 인수한 아메리카온라인(AOL)산하 인터랙티브 프로퍼티즈 그룹의 사장 테드 레온시스는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현재까지는 명백한 실패작" 이라고 토로했다.

◇ 이유〓미디어 기업들이 고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대용량의 동영상,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제대로 소화할 수 없는 느린 네트워크 시스템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최종 소비자들이 접하는 콘텐츠의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호응을 얻지 못한다는 것이다.

광대역 서비스가 해결책으로 등장하고 있지만 아직 기대에 못미친다. 시장조사전문지 브로드밴드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해 말 미국 전체 가구의 1.5% 만이 광대역 서비스에 접속할 수 있었다.

음악.뉴스.동영상 등을 무료로 제공하는 사이트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섣불리 나홀로 유료 서비스를 도입하기 어렵다는 점, 주요 수입원인 광고 부문의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도 기업들을 딜레마에 빠뜨리고 있다.

제니스 미디어에 따르면 네티즌들의 광고 클릭 비율은 3년전 1%에서 현재는 0.4%까지 떨어졌다. 기업들이 온라인 광고를 주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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