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회계 불투명·지나친 정부 규제…M&A 걸림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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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업계의 자금난 심각

그동안 국내 M&A 장은 자본시장의 미발달, 기업회계의 불투명성, M&A에 대한 부정적 인식, 지나친 정부 규제로 위축되어 왔다. 더욱이 경영진 및 지배주주의 부실 경영에 대한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시장도 제도도 없었다. 하지만 최근 경제의 주축으로 자리잡은 벤처산업이 자금난을 겪으면서 생존을 위해 M&A가 절실하게 필요하게 됐다.

M&A는 단순히 기업경영권을 가진 지배주주의 변경이 아니라 기업경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련의 행위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M&A는 기업간 완전 결합에서 주식 교환까지 다양한 방식이 있다. 굴뚝업계가 완전 결합을 선호했다면 벤처업계는 주식 교환을 선호한다. 사실 벤처업계는 주식 교환을 통해 서로 혈연관계를 맺어 살아남을 확률을 높이고자 하는 의도에서 M&A를 생각하고 있다.

지금까지 M&A는 있어 왔다. 국내 상법 또한 관련 규정에서 벤처기업의 M&A를 금지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왜 벤처업계는 관련법 때문에 M&A가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을까?

우선 “주식 인수분에 대해 인수인이 인수가액 전액을 납입 또는 현물 출자해야만 주주로서 권리 의무가 부여된다”고 명시한 상법 제 421조 및 423조 1항이 걸림돌이다.

수익모델이 취약한 벤처업계는 현금 없이 주식 교환을 통한 M&A를 바라고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주식은 현금으로 인정받기 어렵기 때문에 인수대금으로 주식을 이용하지 못한다고 벤처업계는 주장하고 있다

“다른 회사 주식의 1백분의 40을 초과하는 지분을 가진 회사의 주식을 다른 회사가 취득할 수 없다”고 규정한 342조 2항도 뜨거운 감자.

벤처기업이 바라는 M&A는 결과적으로 모회사와 자회사라는 관계를 낳는데, 자회사가 모회사의 지분을 취득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는 이 조항이 벤처기업간 주식 교환을 막고 있다는 주장이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올해 2월 신주 1백60억원과 현금 50억원으로 메시징 서비스업체인 UIN의 지분 70%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나 이 조항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또 “회사가 다른 회사의 의결권 있는 주식 총수의 10분의 1을 초과하는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 그 다른 회사가 가진 회사의 주식은 의결권을 제한한다”는 369조 3항은 쌍방이 10% 이상씩 소유하는 경우에 모든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제한, 벤처기업간 M&A를 퇴색시키고 있다.

마지막으로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 부담이 과중하다. 기본적으로 양도차익은 매도자에게 실현되는 것이고 따라서 과세도 매도자에게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매수자의 입장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매도자가 매도에 따른 양도차익에 대한 조세 부담이 너무 과중하다고 생각할 경우 M&A 자체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측면에서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 문제는 매수자의 이해와 직결되어 있다. 또 매수자의 입장에서는 취득세와 등록세를 부담해야 하는 측면도 있다.정부는 98년 세법 개정과 99년 보완을 통해 인수합병에 따른 양도차익 과세를 이연하고 양도차익과세 경감 조치를 내렸지만 벤처업계는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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