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마카오의 김정남을 주시하는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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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규
정치국제부문 기자

마카오에 거주하고 있는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을 취재하다 보면 현지 교민이나 독자들로부터 꼭 이런 질문을 받는다. 이복 동생(김정은)에게 후계 자리 뺏기고 해외로 방랑하는, 그리고 쌀 한 톨에 목숨 거는 북한 인민엔 눈감고 사치를 향유하는 ‘참 나쁜 X’를 왜 자꾸 신문에 내느냐는 것이다. 이번 주 초 마카오에서도 같은 질문을 받았는데 ‘북한을 알고 싶어서”라고 답했다. 이유를 설명하자면 이렇다.

 우선 김정일 후계자 김정은의 내년 숙원이 뭔가. 김정일이 생전에 누누이 외쳤던 ‘강성대국’이다. 김일성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에 국제사회에 강성대국 원년을 선포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강성대국은 뭔가. 경제대국, 문화대국, 외교대국 뭐 이런 거라고 생각하면 틀렸다. 그건 상식의 시각으로 북한을 보는 거다. 답은 28일 노동신문이 전했다.

 “김정일 동지의 혁명 유산은 핵과 위성….” 핵은 핵무기고, 위성은 미사일이다(북한은 1998년 대포동 미사일 시험 발사를 위성을 발사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핵과 미사일 완전 무장이 강성대국 의미다.

 그렇다면 핵과 미사일은 어디서 나오는가. 바로 돈인데 그 돈 대부분이 마카오를 통해 조달됐고 조달될 것이라는 게 기자의 취재 결과다. 그리고 그곳에 김정남이 있다. 김대중 정부 시절 4억 달러가 북으로 전달된 곳도, 무기와 마약을 팔아 조성된 4600만 달러(약 530억원)가 동결됐다 풀린 곳도 마카오에 있는 은행(방코델타아시아)이었고 그때 김정남이 있었다.

 특히 마약과 무기 판매 등으로 인한 불법자금은 북한으로 전달되기 전 돈세탁이 필요한데, 마카오 카지노가 적격이다. 현지 카지노 관계자들은 하루 저녁에 마카오에서 도박을 통해 돈세탁을 하려고 하면 수억 달러도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정남이 현지 카지노 단골고객이라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 많은 지역 중 마카오에 그가 머무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가 지난 10여 년 동안 마카오에서 끊임없이 한국산 최신 IT(정보기술) 제품과 가요·드라마 등 문화상품을 실시간으로 사들여 북한 지도부에 전달했다는 사실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민은 이념의 벽 속에 가뒀지만 마카오 채널을 통해 한국의 변화를 읽어야 한다는 북한 지도층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김정남은 북한 권부의 일단을 들여다볼 수 있는 창(窓)이다. 그의 김정일 영결식 불참으로 그의 뉴스 가치를 재단하기엔 아직 이르다.

최형규 정치국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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