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송 받은 금피아, 8억대 땅 받은 혐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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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모씨 등 전·현직 금감원 간부 4명이 2005년 토마토저축은행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경기도 가평군 이천리 일대의 모습(빨간색 원안). 이곳은 신현규 토마토저축은행 회장의 친인척과 지인들의 차명으로 등록돼 있다. [가평=김도훈 기자]

명품 시계, 고급 양복, 아파트, 소나무 등이었던 저축은행의 대(對)금융감독원 로비 품목에 ‘땅’까지 추가됐다. 그것도 전·현직 금감원 간부 4명이 연루된 ‘집단 토지 스캔들’ 의혹이다.

 28일 검찰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은 최근 전 토마토저축은행 전무 박모씨로부터 “토마토저축은행이 2005년 8억원대 전원주택 부지를 매입해 금감원 직원 4명 등에게 공짜로 제공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땅을 받은 것으로 지목된 금감원 직원들은 토마토저축은행 감사 신모(53·구속기소)씨와 전직 자산운용사 감사 이모(56·구속기소)씨, 전직 저축은행 감사 이모씨, 김모 금감원 부국장이다. 금감원 수석검사역 출신의 신씨는 고양종합터미널 시행사 대표 이황희(53·구속기소)씨로부터 금송(金松) 1000그루 값인 2000만원과 롤렉스 시계, 아르마니 양복 등 1억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지난 15일 구속됐다. 금감원 국장(1급)까지 역임했던 전 자산운용사 감사 이씨는 지난 6월 보해저축은행에서 3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상태다.

 신씨 등 4명은 모두 2005년 당시 금감원 검사역이었으며 저축은행 감사 업무를 담당하는 비은행검사국에 재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모두 신현규(59·구속기소) 토마토저축은행 회장과 안면이 있어 자주 어울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 토마토저축은행 전무 박씨의 진술에 따르면 2005년 경기도 가평군의 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던 중 누군가가 “저곳에 전원주택을 지어 같이 살면 좋겠다”는 말을 꺼낸 것이 발단이었다. 이어 “토마토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려 땅을 매입하자”는 구체적 계획안이 마련돼 실행에 옮겨졌다. 이들은 저축은행 대출금 8억원으로 신씨가 금송을 심은 가평군 설악면 별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신씨 친인척 명의로 땅을 집단 매입했다. 형질변경을 거쳐 전원주택 건립이 가능해진 이후 땅을 나눠 가졌다. 다만 소유권 등록 과정에서 실명 대신 친인척이나 지인들의 이름을 빌려 사용했다는 게 박씨의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신 회장은 정해진 수순인 것처럼 “대출금을 돌려줄 필요가 없다”고 천명했다. 박씨는 “당시 신씨 등은 신 회장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고 수용했으며, 고마워하기까지 했다”고 진술했다. 결국 공짜로 땅을 받은 셈이다. 실제 검찰도 토마토저축은행이 나중에 제3자 명의의 허위 대출을 일으켜 돈을 마련한 뒤 스스로 문제의 8억원을 변제 처리한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조만간 이들을 소환해 정확한 경위를 조사한 뒤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또 박씨 역시 이 전원주택 부지 중 일부를 가졌다는 사실을 확인, 신씨 등 4명의 정확한 수뢰 의심 액수도 구체적으로 산정할 계획이다. 현재 구속상태가 아닌 2명 중 김 부국장은 “땅을 공짜로 받은 것이 사실이냐”는 본지의 질문에 “잘 모르겠다. 답변하기 곤란하니 나중에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전 저축은행 감사 이씨에 대해서도 전 직장을 통해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글=박진석·채윤경 기자
사진=김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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