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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세설

청소년 자존감 키우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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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김희숙
경북대 교수·정신건강간호학

우리 사회의 청소년들은 고도의 경제발전으로 신체적 체력은 향상되었다. 하지만 청소년들을 서열화하는 사회적 가치의 획일성 아래 가정, 친구 및 학교에서의 과도한 경쟁의식과 자신의 미래에 대한 목표의식 부재로 집단따돌림, 우울, 자살과 같은 심신의 갈등을 겪고 있다. 그중에서도 걱정스러운 것은 청소년들이 생명 경시 풍토와 충동적 특성으로 인해 극단적 수단인 자살을 선택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2009년 인구 10만 명당 자살 사망률이 28.4명(OECD 국가 평균 11.2명)으로 전 세계 1위였다. 특히 청소년의 사망원인에서도 1위가 자살이다.

 이를 예방하려면 먼저 각 가정에서 부부간 갈등을 줄이고, 청소년들에게 입시에 전념하도록 종용하기보다 이들의 성장과 함께 나타나는 변화에 민감하게 대처해야 한다. 가정은 청소년의 자존감 향상에 가장 기본이 되는 곳이다. 학교에서는 학업성취뿐만 아니라 친구와 교사와의 관계가 잘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에 부응해 대구시 교육청은 2010년 10월에서 2012년 2월에 걸쳐 학생자살예방위기관리 프로토콜을 제작해 일선 학교에 배포해 먼저 교사들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N세대인 청소년들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인터넷 자살 사이트의 접근을 막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특히 TV나 신문 등 언론매체에서는 또래 친구, 존경하는 위인, 좋아하는 연예인 등이 자살을 한 경우 자살을 모방하는 베르테르 효과를 감소시키기 위해 이런 사건들을 여과 없이 보도하는 것은 자중할 필요가 있다. 상상을 초월한 대형 재난인 쓰나미 당시 자국 국민이 재난현장에서도 질서를 지키며 서로 돕는 모습 등 긍정적인 모습을 주로 보도하고 끔찍한 장면이나 분노하는 모습은 자제한 일본 언론의 보도 태도는 본받을 만했다.

 이제 우리 사회가 이런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나누고, 같이 가야 하는 공동체적인 의미를 부여해 질풍노도를 걷고 있는 청소년들이 희망을 가지고 긴 터널을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김희숙 경북대 교수·정신건강간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