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가습기 살균제 폐 손상 … 박카스 수퍼 판매 … 줄기세포 치료제 승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10면

올해도 건강을 위협하는 이슈들이 줄을 이었다. 폐 손상으로 사망한 임산부 4명의 사인이 가정에서 사용하는 가습기 살균제로 밝혀지면서 충격을 줬다. 3월 발생한 일본 원전 사고에 따른 식재료 오염은 식탁을 불안하게 했다. 보건의료서비스 분야는 국민을 혼란에 빠뜨렸다. 치과 임플란트 시술비의 적정성을 놓고 공방이 오갔다. 대형 병원을 찾는 만성질환자들의 약값 부담은 껑충 뛰었다. 반면 희소식도 있었다.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줄기세포 치료제를 승인해 새로운 질병 치료 분야의 문을 열었다. 중앙일보는 2011년 주요 건강 뉴스를 되짚어보고 현재 전개되고 있는 상황을 ‘중앙일보가 선정한 2011년 7대 건강 뉴스’에 담았다.

중앙일보 건강팀

※ 도움말 강북삼성병원 산업의학과 김수근 교수, 질병관리본부 권준욱 감염병관리센터장, 보건복지부 의약품정책과 김국일 과장, 에프씨비파미셀 김현수 대표, 식품의약품안전청 첨단제제과 박윤주 과장, 대한당뇨병학회 박태선 보험법제이사, 강동경희대병원 한방병원 최원철 교수

1 임산부 폐렴 사망 원인은 가습기 살균제

올해 임산부 4명의 목숨을 앗아간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인 것으로 밝혀지며 충격을 줬다. [중앙포토]

올해 임산부 4명이 폐가 딱딱해지는 ‘폐 섬유화 현상’으로 사망했다. 한동안 사망 원인은 미궁에 빠졌다. 그러다 보건복지부는 8월 말 가습기 살균제 성분을 흡입하면 폐 깊숙이 들어가 폐 조직을 망가뜨리고 결국 폐 전체를 못 쓰게 된다고 발표했다. 11월 초에는 쥐 실험을 통해 인과관계를 확인했다. 임산부들이 출산 후 실내에서 생활하면서 상대적으로 가습기에 많이 노출된 게 화근이었다.

 그동안 시중에 유통된 가습기 살균제는 10여 종이다. 복지부의 1차 쥐 실험 결과 폐질환을 일으킬 위해성이 확인된 가습기 살균제는 6개였다. 복지부는 11월 11일 살균제 제조사들에 제품 수거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11월 말까지 가습기 살균제가 시중에 유통되고 있어 추가 피해가 우려됐었다.

 지금은 어떨까. 복지부 질병정책과 김한숙 사무관은 “제품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90~100% 수거율을 보이고 있다”며 “내년 1, 2월께 수거 명령이 해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더 이상 가습기 살균제가 생산·유통되고 있지 않다. 그러나 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는 현재 수거 조치된 6개 제품 이외의 살균제에 대해서도 쥐 실험을 진행 중이다. 질병관리본부 권준욱 감염병관리센터장은 “최종 결과는 1월 이후 나온다”고 말했다.

 앞으로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정부 관리가 강화된다. 올해 말 의약외품으로 지정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받은 제품만 유통된다. 김한숙 사무관은 “사실상 관련 제품은 더 이상 출시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2 일본 원전 사고와 먹거리 공포

일본산 수산물의 방사능 오염 여부를 검사하는 모습. [중앙포토]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난 지 9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일본 식품에 대한 불안감은 남아 있다. 지난 6일 일본 최대 식품기업 메이지사의 분유에서 ㎏당 최대 30.8베크렐(Bq)의 방사성 세슘이 검출된 사건은 먹거리 공포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는 다음 날 국내에 방사능이 검출된 분유 수입은 전혀 없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아기 엄마들에게 이런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생후 5개월 된 딸을 두고 있는 조희영(33·서울 강남구)씨는 “예전 체르노빌 사고 때 갑상샘암에 걸린 아기들이 있다고 들었다. 혹시 아기에게 나쁜 영향이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잠정 기준치보다는 낮지만 아기들이 먹는 분유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 사실만으로 공포를 느낀 것이다.

 불안감은 수치에서도 나타난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최근 원전 사고가 일어난 3월 이후 일본산 식품 수입 건수와 물량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다. 그 결과 수입 건수는 31.1%, 물량은 10.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방사능 오염 우려가 높은 수산물 가공품이나 어린이가 즐겨 먹는 영유아용 식품, 초콜릿 가공품 등의 수입량은 50% 이상 감소했다. 이는 방사능에 민감한 주부층의 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식약청은 일본 정부에서 섭취를 제한하는 식품에 대해 즉각적으로 잠정 수입중단 조치를 내리고 있다.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도 현재 모든 일본산 수산물에 대해 전수검사를 하고 있다.

3 의약품 수퍼 판매, 박카스는 팔리고 있지만

의약품 수퍼 판매는 한 해 내내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보건복지부는 “의약품 접근성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커지고 있다”며 지난 6월 박카스·까스명수·마데카솔 등 48개 일반의약품을 의약외품으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7월 21일부터 대형마트나 편의점에서는 의약외품으로 전환된 일반의약품이 판매됐다. 하지만 정책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수퍼 판매 요구가 높았던 감기약·해열진통제·소화제 같은 가정상비약은 제외돼 반쪽짜리 정책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주부 김은영(30·서울 동작구)씨는 “대형마트에 있는 의약외품을 보긴 했지만 구입해 본 적은 없다”며 “정작 필요한 감기약이나 진통제는 판매되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이후 복지부는 부랴부랴 수퍼에서 판매하는 의약품 품목을 늘린 약사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개정안에는 감기약·해열진통제·소화제 같은 의약품을 포함시켰다. 이 개정안은 9월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의약품 수퍼 판매에 대해 지속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던 대한약사회도 이 사안을 최근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아직도 숙제는 남아 있다. 이 개정안이 시행되기 위해서는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진행된 국회 상임위 전체회의에 안건으로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요즘엔 정국이 불안해 회의가 열리지 않는다. 만일 18대 국회 회기 안에 이 법안이 검토되지 않으면 법안은 자동 폐기된다. 복지부 의약품정책과 김국일 과장은 “정부는 18대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4 치과 임플란트 시술 비용 논란

임플란트 시술을 하고 있는 모습.

올 8월 전국에 110여 개 회원 치과를 둔 유디치과의 진료가 논란이 됐다. 일반적으로 치과의 임플란트 시술비는 150만~250만 원이다. 하지만 유디치과는 치과 재료를 공동 구매해 임플란트 시술비를 80만~120만원대로 낮췄다. 치아 스케일링 서비스도 무료로 제공했다. 그 덕에 환자의 발길이 이어졌다. 유디치과의 등장으로 국민은 치과 진료비에 거품이 낀 건 아닌지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저렴한 진료비가 전부는 아니라는 반론이 제기됐다.

 대한치과의사협회는 유디치과가 사용하는 임플란트용 인공치아 재료의 안전성을 문제 삼았다. 인공치 아의 지지대에 국제암연구소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인 베릴륨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식품의약품안전청은 “가공 과정에서 분말이나 먼지 형태로 흡입하지 않는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밝혀 안전성 문제에 마침표를 찍었다.

 치과의사협회는 이어 유디치과의 진료 시스템을 지적했다. 의사가 아닌 치위생사가 충치를 덮는 치료를 하고, 간호사에게 스케일링 시술을 위임하는 등 부실·과잉 진료가 만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디치과를 찾는 환자들의 반응은 양분됐다. 직장인 조윤선(30·여·서울시 강남구)씨는 “비싼 임플란트를 반값에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반면 부모님께 임플란트 치료를 해 드리려는 민경수(37·서울시 강동구)씨는 “너무 값싼 임플란트는 건강에 문제가 없는지 의심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당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치과의사협회와 유디치과는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맞소송을 진행 중이다.

5 세계 최초 줄기세포 치료제 승인

에프씨비파미셀의 줄기세포치료제‘하티셀그램-AMI’.

지난 7월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세계 최초로 줄기세포 치료제인 ‘하티셀그램-AMI’의 시판을 승인했다. 에프씨비파미셀이 개발한 이 제품은 골수에서 추출한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했다. 급성심근경색이 발병한 뒤 괴사한 심장근육세포 및 혈관을 재생해 심장 기능이 회복하도록 돕는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임상시험 결과 하티셀그램-AMI를 투여받은 심근경색 환자는 심장에서 혈액을 내보내는 양이 그 전보다 5.93% 증가했다. 에프씨비파미셀은 “심장 기능이 정상에 가깝게 회복됐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100여 명의 환자가 이 약으로 치료를 받았다. 약값은 1회 주사에 1800만원 선이다. 한 번만 맞으면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에프씨비파미셀 김현수 대표는 “세계 첫 줄기세포 치료제가 국내에서 시판되면서 난치병을 치료하는 새로운 길이 열렸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현재 총 22개의 줄기세포 치료제의 임상시험이 이뤄지고 있다. 이 중 줄기세포 치료제 2호가 될 가능성이 큰 제품은 메디포스트의 무릎 연골 결손 치료제인 ‘카티스템’이다. 올해 9월 식약청에 제품 허가를 신청해 심사가 진행 중이다.

6 큰 병원 가면 고혈압 약값 2배

보령제약의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

대형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만성질환자는 10월부터 약값 부담이 확 늘었다. 보건복지부가 환자의 대형 병원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약값 본인 부담률을 인상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의원 구분 없이 약값의 30%를 냈지만 본인 부담률 인상 후 상급종합병원은 50%, 종합병원은 40%를 부담해야 한다. 예컨대 과거 상급종합병원 진료 후 한 달에 10만원의 약값을 냈다면 이제는 16만원을 내야 한다. 약값 본인 부담률 인상 대상 질환은 고혈압·당뇨병·천식·골다공증·관절염·아토피·감기 등이다. 하지만 의원에선 예전처럼 약값의 30%만 지불하면 된다.

 그러나 이 제도에 맹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박태선 대한당뇨병학회 보험법제이사는 “혈당 관리가 어려운 당뇨병 환자는 초기에 대처하지 못해 심각한 합병증을 겪을 수 있다”며 “이런 환자들은 종합병원 이상에서 진료를 받아야 하는데, 약값 부담을 견디지 못해 병이 악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뇨병 환자는 합병증인 당뇨망막증으로 시력을 잃거나 발이 괴사돼 다리를 절단할 수 있다.

 정책에 대한 논란이 일자 복지부는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복지부 보험급여과 이주현 서기관은 “문제가 되는 일부 사항에 대해 환자 모니터링을 진행 중”이라며 “늦어도 내년 3월까지는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7 한방 항암제 치료 무혐의 처분

강동경희대 한방병원 최원철 교수.

서울지방검찰청은 8월 22일 약사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강동경희대병원 한방병원 최원철(48) 교수의 손을 들어줬다. 말기암 환자에게 한방 항암제 ‘넥시아(옻나무 추출액)’를 처방하는 그는 ‘말기암 고치는 한의사’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한 제보자는 최원철 교수가 넥시아를 외부기관을 통해 대량 생산했다고 고발했다. 이와 함께 강동경희대병원 한방병원에 대해선 개발 중이어서 식약청 허가를 받지 않은 한방 폐암 치료제 ‘아징스75(AZINX75)’를 암환자에게 처방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검찰은 모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최 교수가 무혐의 처분을 받으면서 그를 찾는 말기암 환자는 오히려 더 늘었다. 최 교수는 “환자가 30~40% 늘었다. 하루 100명의 암환자를 본다”고 말했다.

 넥시아를 이용해 말기암을 치료하는 최 교수의 치료법은 의료계에서 계속 논란이 되고 있다. 최 교수는 말기암 치료와 관련해 세 번의 검찰 고발, 100여 차례의 소환 조치를 받은 바 있다. 그때마다 최 교수는 말기암 환자 치료 성적을 내놓으며 반박했다.

 최 교수는 최근 췌장암과 담도암 말기 환자를 치료한 결과를 ‘Oncology’ 등 SCI(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급 저널 두 곳에 게재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약 6개월 생존하는 것으로 알려진 췌장암과 담도암 말기 환자가 평균 2년 생존했다(약 40명 관찰)”고 말했다. 최 교수는 1997년 치료한 13명 말기암 환자 중 생존이 확인된 6명, 1999년 치료한 환자 216명 중 생존한 53명의 내용을 담은 책을 곧 발간할 예정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