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대 심폐소생 + 의료진 빠른 시술 … 멈춘 심장도 뛰게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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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원인이 급성심근경색증으로 알려지면서 심근경색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심근경색증은 심장 근육에 피를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피떡(혈전)으로 막히는 질환이다. 혈액 공급이 중단돼 심장근육 세포가 죽어 기능을 상실한다. 심근경색은 초응급질환이다. 혈액을 공급하는 심장이 멎으면 곧이어 뇌세포가 죽기 시작해 사망에 이른다. 하지만 최후의 순간에도 생명을 구하는 길이 있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순환기내과 최성훈 교수는 “심장이 정지했더라도 응급구조대와 의료진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긴밀하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생사가 갈린다”고 설명했다. 중앙일보는 한림대의료원과 공동으로 ‘생명을 구하는 기적, 심장 24시’ 캠페인을 펼친다. 첫 번째 주제는 ‘멈춘 심장도 되살리는 응급의료시스템’이다.

심장이 멎은 후 4분 이내에 심폐소생술로 심장을 뛰게 해야 한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의료진이 심장이 멎은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하고 있다.

　가슴에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진 직장인 김상기(40·경기도 안양)씨. 병원으로 이송되는 구급차 안에서 갑자기 심장이 멎었다. 응급구조대가 곧바로 심폐소생술로 김씨의 심장을 다시 뛰게 했다. 응급실에 도착하자마자 의료진은 동맥과 정맥에 관을 삽입하고 심장과 폐기능을 대신하는 ‘에크모(ECMO)’ 장치를 연결했다. 혈액을 외부로 빼내면서 혈액을 순환시키는 의료장비다. 이와 동시에 막혀 있던 혈관에 풍선을 넣어 혈관을 넓히고, 혈관이 다시 좁아지지 않도록 금속 그물망인 스텐트를 삽입(관상동맥 중재시술)했다. 김씨의 심장은 다시 뛰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것이 병원에 도착한 지 40분 만에 이뤄졌다.

　
심장 살리는 일등공신 ‘에크모’

김씨처럼 멈춘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 기적은 어떻게 이뤄질까.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이남호 심장혈관센터장은 “365일 24시간 운영되는 응급중재 시술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환자가 응급실에 이송되면 병원 인근에 거주하는 심장 전문의·초음파 전문의 등 심장혈관센터 직원이 10~20분 안에 응급실에 도착한다. 순환기내과·흉부외과 교수까지 한번에 연락이 돼 심폐소생술 등 전문적인 응급 대처를 한다.

　이때 심장을 살리는 일등공신은 ‘에크모(ECMO)’로 불리는 체외막산소화장치다. 이 장치는 망가진 심폐기능을 대신한다. 이 때문에 ‘인공심장’ 또는 ‘인공 폐’로 불린다.

　일단 동맥과 정맥에 도관을 삽입하고 에크모 장치를 연결한다. 이 교수는 “혈액을 외부로 빼내 순환시키면서 이산화탄소는 배출하고 산소는 공급해 전체 장기와 조직에 혈액과 산소가 원활하게 도달할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에크모 장치는 심장 근육을 대신해 혈액을 밀어내는 펌핑 역할을 맡는다. 기능이 떨어진 심장 근육이 제 역할을 할 때까지 순환 기능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환자 상태에 따라 풍선으로 혈관을 넓히고, 금속 그물망인 스텐트 등을 삽입해 관상동맥혈관을 넓히는 관상동맥 중재시술을 동시에 실시한다. 패혈증·폐렴이 있다면 항생제를 사용해 심장마비나 급성호흡기능부전을 일으킨 원인질환을 치료하기도 한다.

체온 낮춰 뇌손상 최소화 치료법도

에크모 시술로 심장을 다시 뛰게 해도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심장 박동이 일시적으로 멈추면 뇌세포와 신체 조직이 움츠러들기 때문이다.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홍경순 심장혈관센터장은 “심장 박동이 갑자기 돌아오면서 멈췄던 혈액이 흐르면 ‘심정지 증후군’이 생겨 장기 손상이 생길 위험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개발된 것이 바로 저체온 치료법이다. 체온을 낮춰 세포와 조직의 신진대사를 완전히 막고, 인위적으로 동면 상태로 만든 뒤 서서히 회복시키는 원리다. 보통 차가운 식염수를 주입하거나 냉각관을 삽입한다. 중증일 때는 26~31℃까지 체온을 낮춘다. 이 상태에서 24시간 회복치료를 한다. 이후 한 시간에 0.25℃씩 체온을 올리면 환자는 혼수상태에서 벗어난다. 홍 교수는 “에크모 장치에 체온조절장치가 연계된 최첨단 장비를 이용해 저체온 치료를 동시에 하면 환자의 뇌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치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