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유로체제 붕괴 사태에 대비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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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2012년 상반기에 유로체제 생존 여부가 판가름 날 것이다.” 미국 경제전문채널인 CNBC가 최근 유럽 담당 이코노미스트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0% 이상이 이렇게 내다봤다. 운명의 순간이 그리 멀지 않은 셈이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일부 금융회사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글로벌 금융그룹들 가운데 적어도 두 곳이 유로체제 붕괴를 대비해 전산 시스템 구축에 들어갔다”고 25일 새벽(한국시간) 보도했다. WSJ는 회사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두 금융회사가 서두르고 있는 작업은 유로 채택 이전 통화인 드라크마(그리스)·이스쿠두(포르투갈)·리라(이탈리아)를 거래할 수 있는 전산 시스템 구축이다. WSJ는 “두 금융회사의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이 금융 전산 전문회사인 벨기에 스위프트(Swift)사와 접촉해 기술지원과 통화코드 제공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그렇다고 이들이 유로체제가 붕괴할 수밖에 없다고 믿는 것은 아니다. IT 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상황에서 어느날 갑자기 유로체제가 붕괴하면 금융회사들은 큰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영국은 한술 더 떴다. 이 나라 은행감독청(FSA)은 주요 은행이 유로체제 붕괴를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를 최근 일제히 점검했다. 또 영국 외무부는 그날이 오면 스페인이나 포르투갈에 있는 자국민을 소개하는 계획까지 마련해 놓았다.

 그리스 부자들은 자국 은행에 넣어둔 예금을 외국 은행으로 옮겼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그 규모가 올 1~10월 사이에 330억 유로(약 51조1500억원)에 이른다. 이는 그리스 예금 총액의 20%나 되는 거액이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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