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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체제 뒷받침할 우동측의 보위부 … 조문 태도 불량한 주민·간부 엄한 추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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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우동측 제1부부장

김정일 사망 직후 우리의 국가정보원에 해당하는 국가안전보위부(보위부)가 김정은 체제의 전면에 나섰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김정은 직할조직인 보위부가 김정일 조문 분위기를 통제하고 장마당을 폐쇄하는 등 체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위부는 보위사령부(기무사에 해당), 호위사령부(경호처에 해당)와 함께 북한사회를 통제하는 핵심 근간이다.

 탈북 지식인단체인 NK지식인연대는 25일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보위부가 전면에 나서 애도행사에 참가하는 간부들과 주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해 주민부터 간부들까지 극도로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모든 정부기관과 기업체, 각 군에 파견돼 있는 보위부 요원들이 애도기간 추모행사에 참가하는 간부와 직원들의 태도를 감시하고 있으며, 미비점이 발견되면 보위부에 불러들여 엄격히 추궁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보위부가 김정은 체제를 떠받칠 핵심 조직이라 보고 있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수석연구위원은 “2008년 뇌졸중으로 장악력이 떨어진 김정일이 2009년 4월께 김정은을 보위부장에 임명해 엘리트들을 감시하게 했다”며 “사후(死後)에도 김정은이 엘리트들을 장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이 보위부를 통한 ‘정보정치’로 실권을 행사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올해 초 보위부 실세였던 류경 부부장이 처형된 후 보위부는 김정은 체제를 뒷받침하는 핵심 조직이 됐다는 분석이다. 김정일과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의 견제를 받은 류경은 올해 초 김정일의 호출을 받고 관저에 들어가다 붙잡혀 총살당했다.

 이후 김정은과 장성택의 확고한 지지를 받고 있는 우동측(69) 제1부부장이 보위부를 장악했다. 우동측은 보위부 출신으로는 드물게 2009년 4월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방위원이 됐고, 같은 해 9월엔 보위부 제1부부장으로 승진했다. 김정은이 공식적으로 부상한 시기와 궤를 같이한다. 지난해 4월엔 인민군 상장(별 셋)이 된 지 1년 만에 대장으로 승진했고, 당 정치국 후보위원과 당 중앙군사위원으로 임명됐다.

 보위부는 김정남 세력을 숙청하는 데도 깊이 관여했다. 2009년 4월의 ‘우암각 습격사건’이 대표적이다. 우암각은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의 평양 근거지다. 평양에 올 때마다 우암각에서 묵으며 측근들과 파티를 즐겼다. 당시 평양 중심가 중구역에 있던 우암각에 보위부원들이 들이닥쳐 측근들을 끌고가다시피 데리고 가 추궁했다. 조사를 받고 나온 측근들의 연락을 받은 김정남은 싱가포르로 도망치듯 떠났고, 이로써 김정남-김정은의 권력투쟁은 끝났다.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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