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너 자신을 알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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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네 자신을 알라!” 소크라테스는 아폴론 신전에 새겨진 이 글귀를 인용해 자기의 무지를 깨달으라는 가르침을 설파했다. 피카소는 “눈에 보이는 걸 그리지 않고 내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그린다”며 화폭에 사물의 외형이 아니라 자기 생각을 담아냄으로써 형태의 혁명을 일으켰다.

 인류에게 새로운 시선을 제공한 이들의 말은 종종 이렇게 잘못 옮겨지곤 한다. “네 자신을 알라”는 “너 자신을 알라”로, “내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은 “나 자신이 알고 있는 것”으로 고쳐야 맞다.

 ‘자신’은 사람을 가리키는 단어 뒤에 쓰여 앞에서 집어서 말한 바로 그 사람임을 강조해 이르는 말이다. 일상생활에서 ‘나 자신’을 ‘내 자신’으로, ‘너 자신’을 ‘네 자신’으로 잘못 쓰는 경우가 많다.

 ‘내, 네’는 두 가지 형태로 사용된다. 하나는 “내가 그 일을 전부 책임질게” “네가 그 일을 모두 책임져”처럼 ‘나, 너’에 주격 조사(또는 보격 조사) ‘가’가 붙을 때다. ‘나, 너’와 ‘자신’ 사이에 주격(보격) 조사 ‘가’가 올 이유는 없으므로 ‘내 자신’ ‘네 자신’이란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

 ‘나, 너’에 관형격 조사 ‘의’가 결합해 줄어들 때도 ‘내, 네’ 형태가 된다. ‘내 것, 네 것’은 ‘나의 것, 너의 것’의 준말인 셈이다. 언뜻 보기에 ‘내 자신’ ‘네 자신’이라고 써도 무리가 없을 것 같지만 ‘나의 자신’ ‘너의 자신’이란 뜻이 돼 어색한 감이 있다. ‘자신’을 동격인 ‘나, 너’로 강조한 말로 봐 ‘나 자신’ ‘너 자신’으로 사용하는 게 자연스럽다.

 “변해야 할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다” “네 삶의 주인공은 너 자신이란 것을 절대 잊지 마”처럼 쓰는 게 바람직하다.

이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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