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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새해 달력에 4월4일 빨간 글씨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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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이 발행한 2012년도 달력(사진)에 예년에 없던 공휴일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가 23일 입수한 내년 북한 달력 가운데 평일인 4월 4일은 명절이나 국가기념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공휴일을 뜻하는 빨간색으로 표기돼 있다. 이날은 올해엔 월요일, 내년엔 수요일이다.

 달력은 김일성과 김정일 생일인 4월 15일과 2월 16일을 빨간색 숫자에 빨간색 테두리를 더해 부각시켰다. 또 설날과 같은 민속명절이나 국제부녀절(3월 8일), 인민군창건일(4월 25일) 등은 해당 날짜나 별도의 공간에 휴일임을 설명하고 있다. 모두 예년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4월 4일은 아무 설명도 없이 빨간색 숫자만 표시돼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연간 주요 행사들을 파악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4월 4일은 주요 행사 일정표에는 빠져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내년 4월 4일을 임시 공휴일로 정한 것으로 보인다.

 공휴일 지정 이유에 대해선 전문가들마다 의견이 엇갈린다. 우선 17일 사망한 김정일의 후계자인 김정은의 생일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금까지 김정은 생일은 1월 8일로 알려져 왔다. 10년 넘도록 김정일의 요리사를 했던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는 자신의 저서 『김정일 요리사』에서 “정은의 생일은 1983년 1월 8일”이라며 “생일에 맞춰 파티 음식을 만든 적이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김정은이 지난해 9월 후계자로 지명된 이후 올해와 내년 달력에 1월 8일은 평일로 돼 있다. 김정일의 경우 1974년 2월 후계자로 지명된 다음 해인 75년 자신의 생일을 임시휴무일로, 76년부터는 법정공휴일로 정했다. 이에 비춰 김정은의 생일이 지금까지 알려진 바와 달리 4월 4일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정창현 국민대 겸임교수는 “김정은의 생일이 기존에 알려진 것과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날짜와 상관없이 생일을 바꾸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익명을 원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은 “열흘이 넘도록 기념행사를 하는 김일성 생일(4월 15일) 즈음에 김정은의 생일을 배치함으로써 경축 분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후계자로 지명된 날짜일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진희관(통일학) 인제대 교수는 “김정은의 후계자 공표는 지난해 9월이지만 2009년 4월께 당내 행사를 통해 후계자로 지명된 징후가 있다”며 “북한에서 후계자는 수령과 동격인 만큼 이날을 기념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09년 4월 5일 북한이 은하 2호라는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며 “이것도 김정은의 후계 결정에 대한 축하 행사 성격”이라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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