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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차 문 좀 봐 … 밀어서 열고, 비껴 열고, 위로 열고 … 기발한 도어의 유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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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레이

2011년은 국산차가 도어(문)의 고정관념을 깬 원년이었다. 지난 3월 선보인 현대 벨로스터가 시작이었다. 벨로스터는 좌우대칭의 상식을 뒤집었다. 문을 운전석 쪽에 한 개, 동반석 쪽엔 두 개를 달았다. 도어 두 개 달린 쿠페의 뒷좌석에 타본 사람은 안다. 레버를 더듬어 앞좌석을 젖힌 뒤 몸을 새우처럼 말아 기어들어가는 과정이 얼마나 궁상맞고 고생스러운지.

 현대 벨로스터는 동반석 쪽에 뒷문을 달아 이 같은 불편을 없앴다. 뒷좌석 드나들기 꺼리는 가족 때문에 쿠페를 망설이는 가장을 유혹할 묘안이기도 했다. 미니의 왜건형인 클럽맨 역시 동반석 쪽에 쪽문을 하나 더 달았다. 방식은 벨로스터와 차이가 난다. 미니 클럽맨의 뒷문은 앞을 향해 열린다. 옷장의 양쪽 문을 동시에 여는 모습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롤스로이스의 앞뒤 도어도 경첩을 양쪽에 두고 여닫는 방식이다. 팬텀 세단과 쿠페, 드롭헤드 쿠페, 고스트 등 전 차종의 뒷문이 앞을 향해 열린다. 과거 귀족을 모시던 마차에서 비롯된 구조다. 뒷좌석 승객이 문을 의식하지 않고 보다 자연스럽게 내릴 수 있다. 손잡이가 앞좌석과 가까워 마부가 신속히 열어주기도 좋다. 대신 스스로 여닫기엔 불편하다.

 지난달 나온 기아차 레이도 비대칭 도어로 화제를 모았다. 좌우 도어의 개수는 같다. 그런데 동반석 쪽 뒷문만 미닫이 방식이다. 나아가 동반석 앞뒤 문 사이의 기둥도 없앴다. 따라서 앞뒤 문을 활짝 열면 차 옆구리가 뻥 뚫린다. 천장도 한껏 높여 미취학 아동이 우산 쓴 채 걸어나올 수 있다. 이 때문에 레이는 어린 자녀를 둔 가정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미닫이문은 승합차에서 즐겨 쓴다. 옆 차와의 간격에 개의치 않고 널찍한 입구를 낼 수 있는 까닭이다. 기아차가 긍정도 부정도 않고 있지만, 레이는 일본차에서 영감을 얻어 개발한 듯하다. 경차 전문회사인 다이하츠의 탄토라는 차가 원조다. 일본의 빠듯한 경차 기준 때문에 덩치만 작을 뿐 레이와 구성이 판박이다. 일본에 흔한 경상용차에서 진화한 방식이다.

메르세데스-벤츠 SLS 63 AMG는 지붕 한복판에 경첩을 달았다. 지붕 절반과 한 덩어리로 연결된 도어를 위로 번쩍 들어 올리는 방식이다. 좌우 지붕을 연 모습이 갈매기가 날개 펼친 모습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걸윙(갈매기 날개) 도어’라고 부른다. 1954년 벤츠가 선보인 300SL에서 유래했다. 이후 ‘걸윙 도어’는 수퍼카와 경주차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사실 ‘걸윙 도어’는 멋과 상관없는 이유로 고안됐다.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묘안이었다. 차체강성을 좌우할 옆구리 구조물을 유지하되 운전자가 드나들 방법을 고민한 끝에 태어났다. 여기서 진화한 방식이 ‘나비 도어’다. 경첩을 앞 유리 양쪽 기둥에 달아 문이 나비 날개 펼치듯 열린다. 엔초 페라리나 벤츠 SLR 맥라렌, BMW i8 컨셉트가 이 방식을 쓴다.

 그런데 ‘걸윙 도어’와 ‘나비 도어’는 지붕의 무게나 힘을 가하는 방향 때문에 열기가 부담스럽다. 일단 열면 도어가 손에서 너무 멀어져 다시 닫기도 힘들다. 이 같은 단점을 개선한 게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의 ‘가위 도어’다. 가위처럼 하나의 회전축을 중심으로 여닫는다. 이 방식도 단점은 있다. 열었을 때 도어가 너무 치솟아 천장 낮은 곳에서 열기 조심스럽다.

 이 같은 수퍼카의 도어는 실용성보다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한 성격이 짙다. 따라서 불편함을 개선하기보다는 좀 더 독특한 방식을 찾는 데 관심이 많다. 스웨덴 수퍼카 업체 쾨닉세그의 도어가 이 같은 유행의 ‘종결자’다. 차에 타려면 우선 도어를 몸쪽으로 당겨야 한다. 그러면 도어가 불쑥 튀어나오는 동시에 뱅그르르 회전하며 수직으로 벌떡 곧추선다.

 파격적인 도어는 자동차 역사의 여명기 때부터 등장했다. BMW가 1955년 라이선스 방식으로 만든 이세타는 차 앞면을 통째로 여는 방식이었다. BMW가 1987년 선보인 Z1은 문이 윈도처럼 수직으로 오르내렸다. 남다른 도어 찾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시트로앵이 지난가을 내놓은 투빅 컨셉트가 대표적으로, 승합차에 ‘나비 도어’와 ‘걸윙 도어’를 나란히 달았다.

김기범 중앙SUNDAY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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