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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새지만 안전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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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송의호
대구총국장

낙동강 지류에 들어선 합천댐에서는 1분에 평균 62L의 물이 샌다. 댐의 콘크리트 틈새로 24시간 흘러나오는 누수다. 낙동강 살리기 사업을 주관하는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 지난 16일 현장으로 기자들을 초청해 브리핑한 내용이다.

 댐 속에는 사람이 다닐 수 있는 통로가 사방으로 나 있다. 누수량계 등 10여 개 계기가 설치돼 있어 댐의 누수와 변형을 언제라도 점검할 수 있다. 누수량계는 댐의 좌우와 가운데 3개가 있었다. 누수는 모아져 홈을 따라 흘러내렸다.

 합천댐은 낙동강에 세워진 8개 보(洑)와 축조 방식이 같은 콘크리트 중력식이다. 국토관리청은 낙동강 상주보에서 발견된 누수 현상이 문제될 게 없다는 걸 합천댐을 통해 보여 준 것이다. 준공을 눈앞에 두고 누수로 제기된 보의 안전 논란은 그만큼 정부의 골칫거리다.

 국토관리청의 설명은 의문점을 남긴다. 4대 강에 들어선 16개 보에는 댐과 달리 안전을 상시 점검하는 계기가 없다. 굳이 있다면 육안밖에 없다. 이런 방법으로 낙동강 8개 보는 모두 누수가 확인됐다. 나머지 7개 보는 괜찮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낙동강 상주보는 현재 방수 공사 중이다. 누수 논란을 일으킨 고정보 아랫부분 누수 흔적은 16일 지워져 있었다. 보의 두께 절반까지 미세한 틈을 에폭시 소재로 방수 처리했다는 것이다. 수문 하나를 열어 보의 물도 빼고 있다. 보의 앞면에 이어 물이 잠긴 쪽에도 방수 공사를 하기 위해서다. 연말로 예정됐던 준공은 내년 6월 이후로 미뤄졌다.

 일부 학자는 누수를 보의 붕괴 위험성과 연결 지어 경고했다. 국토해양부는 한국시설안전공단의 긴급 점검을 통해 보의 누수는 인정하되 안전은 문제될 게 없다고 발표했다. 국민들은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어리둥절하다. 아직 보를 운영해 보지도 않았고 집중호우 등 기상이변은 갈수록 잦아지는데 말이다.

 물 분야 전문가가 망라된 한국수자원학회는 4대 강 사업의 계획 단계부터 최근까지 수십 차례 세미나를 열고 갖가지 우려를 제기했다. 학회의 ‘4대 강 사업 활동 보고서’에는 가능한 문제점이 나열돼 있다. 이들의 쓴소리는 공사 일정에 밀려 대부분 외면 당했다. 소통 부재다. 지홍기 전 한국수자원학회장은 “4대 강 사업은 설계도 시공도 충분한 시간이 없었다”며 “준공을 연기한 만큼 이제라도 책임 있는 전문가가 참여하는 전담부서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토부에 같이 소속된 한국시설안전공단이 문제를 조사하는 방식은 벗어나라는 것이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우를 범해서야 되겠느냐는 것이다.

 대구·경북은 2015년 세계물포럼을 유치해 준비 중이다. 21세기 인류의 물 문제를 고민하는 자리다. 낙동강 일대에 전 세계 물 전문가들이 몰려오는 것이다. 3년 만에 준공된 낙동강 8개 보가 세계물포럼에서 성공 사례로 꼽힐지 실패 사례로 낙인 찍힐지는 이제부터 정부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송의호 대구총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