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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다 매생이 … 겨울철 다이어트 식품으로 딱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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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9호 18면

경남 진해에서 태어난 정일근 시인은 ‘매생이’란 시에서 “다시 장가든다면 목포와 해남 사이쯤 매생이국 끓일 줄 아는 어머니를 둔 매생이처럼 달고 향기로운 여자와 살고 싶다. 뻘바다에서 매생이 따는 한겨울이 오면 장모의 백년손님으로 당당하게 찾아가 아침 저녁 밥상에 오르는 매생이국을 먹으며 눈 나리는 겨울밤 뜨끈뜨끈하게 보내고 싶다.…”고 썼다.
농림수산식품부가 ‘12월의 웰빙 수산물’로 선정한 매생이는 요즘이 한창 수확 철이다.

박태균의 식품이야기

이맘때 주산지인 전남 장흥·완도 등 남해안 일대 포구에선 매생이를 다듬느라 마을 아낙네들의 일손이 바쁘다. 건져 올린 매생이를 바닷물로 헹군 뒤 물기를 빼고 성인 주먹만 한 크기로 뭉치는데 생김새와 크기가 옛 여인의 쪽진 뒷머리와 비슷하다. 이 한 뭉치를 재기라 한다. 재기 하나면 네 명이 매생이국을 끓여 먹기에 족하다.

매생이는 매년 12월에서 이듬해 3월까지만 맛볼 수 있는 겨울 식품이다. ‘생생한 이끼를 바로 뜯는다’는 순수 우리말 이름이다. 세종실록 지리지엔 ‘매산이’, 정약전의 자산어보엔 ‘매산태’로 소개돼 있다.

후미지고 유속이 완만하며 바닷물과 민물이 섞이는 깨끗한 바다에서 주로 자란다. 환경에 민감한 데다 태풍 등으로 오염물질이 바닷물에 유입되면 수확량이 크게 떨어지는 ‘연약’한 존재다. 그래서 무공해 식품으로 꼽힌다.

녹색 해조류답게 어릴 때는 짙은 녹색을 띠나 자라면서 연녹색으로 변한다. 성숙하면 길이가 10~30㎝가량이고 굵기는 3㎜ 안팎으로 머리카락보다 가늘다. 그래서 얻은 별명이 ‘실크(비단) 파래’.

“김발에 파래 일면 김 농사는 하나 마나”라는 말이 있다. 김발에 파래가 꼬이면 김의 질이 떨어지고 생산량이 줄어들어서다. 매생이도 파래의 한 종류다.
파래는 김 농사를 훼방하는 ‘해적(海賊)식물’이어서 어민들이 일부러 유기산을 뿌려 제거한다. 완도·신안·무안·함평·장흥 등이 매생이와 감태의 주산지가 된 데는 이곳이 김 양식이 활발하지 않은 것과도 관련이 있다. 여기선 반대로 매생이 발에 김이 붙으면 어민의 억장이 무너진다.

매생이는 저열량·저지방·고단백·고칼슘·고철분·고식이섬유 식품이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단백질이 100g당 20.6g이나 들어 있어 육류가 부럽지 않다. 해조류 가운데 식이섬유가 가장 풍부한 것도 매력이다(100g당 5.2g). 이 중엔 미끈미끈한 알긴산도 포함돼 있다. 알긴산은 몸 안에서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각종 노폐물을 체외로 배출시키는 ‘귀여운’ 성분이다. 운동 부족으로 자칫 살찌기 쉬운 겨울철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유용하다. 자체 열량이 낮은 데다 식이섬유가 일찍 포만감을 느끼게 해서다.

뼈·치아 건강과 성장 발육을 돕고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칼슘(100g당 574㎎), 조혈(造血)을 돕는 철분(43.1㎎)이 풍부한 것도 장점이다. 어린이·노인·임산부에게 강추하는 것은 이래서다.

구입할 때는 가늘고 부드러우며 김이 섞이지 않은 것을 고른다. 조리할 때 매생이를 너무 오래 끓이면 녹아 물처럼 되므로 살짝 익혀 먹는 것이 좋다. 참깨나 참기름을 넣으면 고소한 맛이 더해진다. 대개 국·부침개·칼국수 등에 넣어 먹는다.

특히 매생이·굴·다진 마늘·참기름·조선간장 등의 재료를 사용해 조리한 매생이국은 겨울철 별미다. 소화가 잘되고 숙취해소를 도와 술국으로 통한다. 매생이엔 술 깨는 데 유용한 아스파라긴산이 콩나물의 세 배가량 들어 있다. 

매생이국은 팔팔 끓여도 김이 나지 않는다. “누에 실보다 가늘고 쇠털보다 촘촘한”(자산어보) 조직에 막혀 뜨거운 김이 위로 올라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질 급한 사람은 곧잘 입안 화상을 입는다. 매생이국은 차게 해서 먹어도 맛은 그대로다. 예쁘게 먹기는 힘들다. 너무 부드러워서 한 수저를 뜨면 주르륵 흘러내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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