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회장, 장남에게 ‘태양광 특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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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김승연(59)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28·사진) 차장이 그룹 태양광 사업의 최전방에서 일하게 됐다. 16일 한화그룹에 따르면 김 차장은 15일 열린 한화솔라원 이사회에서 기획실장으로 임명됐다. 김 차장은 지난해 12월부터 한화솔라원 등기이사로 활동해 왔지만 이번 보직발령으로 관련 사업전략을 짜고 직접 집행하게 됐다.

 미국 세인트 폴 고등학교와 하버드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김 차장은 지난해 1월 회장실 소속 경영기획실로 입사했다. 이후 2년여간 뚜렷하게 맡은 업무 없이 경영수업을 받았다. 따라서 이번에 맡은 ‘한화솔라원 기획실장’ 역할이 김 차장이 맡은 사실상 첫 임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을 듯하다. 주요 그룹들이 신성장 동력으로 꼽으며 앞다퉈 뛰어들었던 태양광 사업이 이제 와선 ‘애물단지’로 변했기 때문이다. 재정위기를 맞은 유럽의 태양광 수요 감소와 중국산 부품의 공급 과잉 영향이 크다. 폴리실리콘부터 잉곳·웨이퍼·태양광 모듈까지 이어지는 태양광 중간재·완제품 가격은 반 토막이 난 상태다.

 김 회장이 이런 격전지에 장남을 보낸 데에는 ‘강하게 키우겠다’는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김종희 선대 회장이 일찍 타계한 까닭에 29세에 그룹을 이끌게 됐다. 주변의 우려가 있었으나 김 회장은 저돌적으로 사업을 펼쳤다. 한양화학·대한생명 등을 인수합병하고 유통·레저사업까지 진출해 한화를 재계 순위 10위로 끌어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김 회장 본인도 현장에서 몸으로 부닥치며 배웠듯 장남에게도 어려운 사업을 맡겨 그와 같은 경험의 기회를 주기 위한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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