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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K2] '14좌 완등' 깎아내리는 유언비어

중앙일보

입력

인터넷 히말라야 전문 홈페이지인 에베레스트(www.everestnews.com)에 세계 여덟번째로 히말라야 8천m 고봉 14좌를 완등한 엄홍길(40.파고다외국어학원) 등반대장에 대해 사실을 확인하지 않은 기사가 지난 1일부터 게재돼 K2 베이스 캠프(해발 5천1백m)에 있는 대원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엄대장은 1995년 10월 2일 스페인의 산악인 후아니토와 함께 로체(8천5백16m)를 등정했었다.

이와 관련, Xavier Equskitza라는 산악전문가가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는 "후아니토가 '엄대장이 당시 4백여 피트를 남기고 하산했다' 고 증언했다" 고 적혀 있다.

후아니토는 이에 대해 최근 엄대장과의 전화통화에서 '나는 그러한 말을 한 적도 없고, 누구든지 당시의 상황을 알고 싶다면 언제든지 내가 해명하겠다' 고 밝힌 바 있다.

또 93년 9월 29일 시샤팡마(8천12m) 등정에 대해서도 정상에 올라 찍은 사진이 불확실하다는 이유를 들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5월 19일 칸첸중가(8천5백86m) 등정을 마친 후 엄대장이 만난 홀리 여사는 엄대장의 시샤팡마 등정을 확인해줬다. 홀리 여사는 카트만두에서 30년 동안 거주하고 있는 산악인이다. 산악인들은 히말라야 산맥을 등정한 후 그 사실을 홀리 여사에게 브리핑하는 것이 관례로 돼 있다.

홈페이지에는 이와 함께 '고소 포터를 캠프Ⅲ(7천5백m)에 남겨놓고 내려온 한국원정대에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 는 글도 올려져 있다.

엄대장 등은 이 기사가 한국원정대에 확인하지 않은 채 미국 등반대의 일방적인 이야기만 듣고 게재한 것이라고 밝혔다.

엄대장 등이 K2 정복에 나선 지난달 31일 캠프Ⅲ에 머무르던 고소 포터 알리 모하마드 장중파는 무전기를 통해 정상을 밟고 싶다며 등정을 허락해 달라고 엄대장에게 요청했다.

엄대장이 즉각 거부했으나 알리는 정상 근처까지 등반을 계속하다 체력이 떨어지자 캠프Ⅳ(8천m)로 하산했다. 다음날 대원들이 같이 하산하자고 권유하자 알리는 "식량과 텐트가 있으므로 하루 쉬고 내려가겠으니 걱정말고 먼저 가라" 고 대답했다.

이에 따라 대원들은 먼저 하산했고, 나중에 캠프Ⅲ로 내려온 알리는 미국의 국제 K2 등반대 게리 대장에게 고소증을 호소했다.

미국 등반대는 한국원정대에 전후 사정을 확인하지 않은 채 에베레스트 홈페이지에 제보했다.

K2 등반을 위해 베이스 캠프에 머무르고 있는 동국대팀 박영석 대장은 "미국인 대장은 도대체 정황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함부로 말할 수 있느냐" 고 말했다. 문제의 알리는 동국대팀 고소 포터 2명과 한국등반대팀 셰르파 2명이 베이스 캠프로 데리고 내려오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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