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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 추정가 20억 … 이중섭 ‘길 떠나는 가족’ 올 경매 기록 깰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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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이중섭, 길 떠나는 가족, 1950년대, 종이에 유채, 21.3x50.8㎝
이중섭

“나의 태현아, 건강하겠지. 너의 친구들도 모두 건강하고? 아빠도 건강히 전람회 준비를 하고 있다. 아빠가 어제 엄마, 태성이, 태현이를 소달구지에 태우고…아빠가 앞쪽에서 황소를 끌고 따뜻한 남쪽나라로 함께 가는 그림을 그렸다. 황소 위에는 구름이다. 그럼 건강해야 한다.” -아빠 중섭

 전쟁과 가난으로 생이별한 가족에 대한 애절한 그리움을 담은 이중섭(1916∼56)의 1950년대 작품 ‘길 떠나는 가족’이 경매에 나왔다. 앞서 인용한 편지 글 위에 아들에게 보여 주려고 그린 삽화를 유화로 발전시킨 작품이다. 서울옥션이 15일 여는 제122회 미술품 경매에서다. 추정가는 20억원, 올해 국내 경매 출품작 중 가장 비싸다.

 과거 이중섭의 대표작 ‘황소’를 첫 구매했던 소장자에 따르면, 그는 처음에 가족 그림 세 점을 구입했는데 이중섭이 “일본의 가족들에게 보내고 싶다” 하여 황소 그림과 맞바꿨다고 한다. 작가가 이미 판매된 작품을 수소문해서 돌려받으면서까지 가족에게 전해주고 싶어했던 것은, 바로 그들이 그려져 있기 때문이며, 다시 만날 꿈을 담았기 때문일 터다. 결국 이중섭은 생활고와 가족과의 별리에서 온 정신적 공황을 이기지 못하고 마흔 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서울옥션은 이번 경매에서 처음으로 근대미술과 현대미술을 구분해 진행한다. 근대미술 경매엔 ‘길 떠나는 가족’ ‘닭과 가족’ 등 이중섭의 1950년대 회화, 박수근의 63년작 ‘마을 풍경’ 등이, 현대미술 경매엔 박서보·정상화·손상기·오치균 등의 작품이 나온다.

 서울옥션은 ”최근 문화재청이 중요 근대 조각품을 문화재로 등록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등 근대미술의 중요성이 새삼 강조되고 있다. 우리 미술시장의 근간인 근대미술 분야를 전문성 있게 차별화된 경매로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경매 출품작 220여 점은 서울옥션 강남점과 평창동 서울옥션스페이스에 분야별로 나눠 전시된다. 02-395-0330.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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