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만점 받은 윤남균군의 공부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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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남균군은 수능 만점 비결로 “꾸준한 반복학습, 수업 내용을 내 것으로 만드는 노트 정리, 독서의 생활화가 뒷받침해준 덕”이라고 말했다.

윤남균(18·한국외대부속외고 3)군. 고교시절 기숙사 생활을 한 탓에 학원 한번 다닌 적 없다. 경북 의성의 한 농촌마을에서 살며 유치원조차 다니지 못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대구로 이사하기 전까지, 취미거리라곤 친구들과 거머리를 잡는 게 전부였다. 그랬던 그가 2012학년도 수능에서 언어·수리·외국어는 물론, 사회탐구와 제2 외국어(중국어)까지, 모든 영역에서 만점을 받았다. 뛰어난 집중력과 독서의 생활화가 지금의 그를 키워냈다.

집중력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윤군은 지난 6월 치른 평가원 모의고사 결과통보를 받고 정신이 번쩍들었다. 주위로부터 “공부를 잘 한다”는 소리를 들어왔는데, 국사와 한국 근현대사 성적이 각각 2등급과 3등급이 나왔다. 자신있었던 외국어영역도 간신히 1등급컷에 걸렸다. 수능까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해답은 ‘집중력’ 뿐이었다.

 “고3 2학기가 되면 정규수업에서도 자율학습 시간이 주어져요. 그 시간만 제대로 활용해도 하루 6~7시간은 공부할 수 있죠.” 친구들과 잠시 멀어지기로 했다. 자율학습이 주어지는 시간이면 교실을 나왔다. 학생들의 왕래가 없는 옥상으로 향하는 복도에 자리를 잡고, 추우면 담요로 몸을 감싸며 자신만의 공부를 시작했다. 외국어영역은 수능출제에 활용되는 6개의 EBS 교재를 쌓아놓고, 하루 3~4시간씩 읽고 또 읽었다. “6개 교재에 나온 지문수가 총 1500개 정도 될 거예요. 1시간에 60~70개씩 지문을 읽고 해석하는 방식으로, 6월부터 수능 때까지 EBS 교재 지문만 5~6차례 반복 학습했죠. 실제 수능에서 한번 접해본 지문이 나오면 시간절약은 물론, 자신감 측면에서도 큰 도움이 됩니다.”

쉬는 시간 활용해 자신만의 노트를 만들다

 윤군의 보물 1호는 수업내용을 빠짐없이 적은 필기노트다. “1학년 때부터 줄곧 쉬는 시간을 허투루 써 본 적이 없어요.” 그는 매 수업이 끝날 때마다 해당 시간에 배운 내용 하나 하나를 과목별 노트에 옮겨적었다. “선생님들이 보통 시작종이 친 뒤 5분 후에 교실에 들어오시고, 마침종 5분 전에 수업을 마무리하시는 걸 감안하면 실제 쉬는 시간은 20분 정도 돼요. 수업내용을 정리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죠.” A4용지에 수업시간 교사가 설명한 내용을 빠뜨리지 않고 적은 윤군은 쉬는 시간을 활용, 교사의 말을 특정 주제별로 재구성하는 형식으로 자신만의 노트를 만들었다.

 특히 국사의 경우 ‘수능에서 이런 것까지 내겠어’라고 넘어가는 세세한 내용이 문제로 출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교과서 색인을 참고해 공부하면서 모르고 넘어갔던 역사적 사건까지 다시한번 정리했다. 수능 5개월 여를앞두고 국사와 한국 근현대사 과목 성적을 끌어올릴 수 있었던 것도 그 덕분이다. 윤군은 “과목별 주요 내용을 한권의 노트로 정리해 훑어보다 보면 ‘어떤 부분을 집중학습해야 하는지’를 찾아내는 데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책읽기의 생활화가 모든 공부의 근본이다

 윤군은 고교시절 EBS 교재를 풀어본 것 외에는 특별히 언어영역 공부에 시간을 투자한 적이 없다. 어릴 때부터 꾸준히 해온 ‘책읽기’ 덕분이었다. 초등학교 때는 매일 3~4권을, 중학교에 올라와서는 ?토지?를 시작으로 1주일에 2~3권씩 읽었다. 중·고교 시절 읽은 책만 3000권에 달한다.

 “책의 주제와 난이도는 중요치 않아요. 다양한 종류의 책을 접하면서 ‘작가가 왜 이 책을 썼는지’ 핵심을 파악할 수 있으면 되죠.” 윤군도 초등학교 때는 동화책 등 쉬운 도서로 시작해 단편소설, 장편소설로 책의 난이도를 높여갔다. 그는 “책을 많이 읽으면 글읽는 속도가 빨라지는 것은 물론, 지문을 한번 읽고도 주요 내용을 분석해낼 수 있기 때문에 언어영역 시험에서 시간에 쫓기지 않고 문제를 풀 수있다”며 “고등학교에 올라와서는 사회교과를 공부하면서 관련 서적을 읽으며 배경지식을 쌓은 것이 비교과 지문 관련 문제를 푸는데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마케팅 분야 컨설턴트’를 목표로 올해 정시모집에서 서울대 경영대학에 지원할 예정인 윤군은 요즘 서울대 논술준비를 하면서도 틈틈이 마케팅 관련 서적을 보며 자신의 꿈에 한걸음씩 다가서고 있다.

● 2012학년도 수능 만점자 윤남균군이 전하는 영역별 학습노하우

언어영역

① 책읽기를 습관화하라: 상당수 학생이 시간에 쫓겨 언어영역 마지막 지문을 읽지도 못한채 마킹을 시작한다. 책을 많이 읽으면 글읽는 속도가 빨리지고, 지문의 주요내용을 파악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책 주제에 구애받지 말고 많이 읽어라.

② 문학에 대한 공포를 없애라, 문학은 느껴라: 문학은 외우려고 하면 안 된다. 내가 작품속 화자라고 생각하고, ‘왜 이 글을 썼는지’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그게 바로 ‘주제’다. 특히 운문은 작품의 분위기를 읽어내라.

③ 매주 1차례는 모의고사 문제로 실전훈련을 하라: 시간안배가 중요한 영역인 만큼 시험에 대한 ‘감(感)’을 익히는 훈련이 필요하다. 모의고사 1회 분량을 쉬지 않고 푸는 연습을 하면서 ‘~분동안 ~번 문제 까지 푼다’는 식으로 시간배분을 하는 게 좋다.

수리영역

① 수리는 개념이다: 상당수 학생이 수학공부를 할 때 문제풀이에만 집중한다. 그러나 수능에서는 개념을 ‘정확히’ 알아야 풀 수 있는 문제가 반드시 출제된다. 문제를 풀기 전에 개념에 대해 완벽히 숙지하는 건 선택이 아닌 필수다.

② 수능·평가원 기출보다 좋은 문제는 없다: 다른 영역과는 달리 수리영역은 예년 수능이나 평가원모의고사에서 나왔던 문제가 약간만 응용·변형돼 반복출제된다. 수리영역만큼은 EBS 교재보다 기출문제를 사랑하자.

③ 수학은 손으로 풀어야 한다: 한번 풀어본 문제라고 복습할 때 눈으로만 훑어보는 것은 시간낭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같은 문제라도 풀이방법을 손으로 쓰면서 풀다 보면 자신도 상상하지 못한 ‘획기적인’ 풀이법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외국어영역

① EBS 교재, 100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6, 9월 평가원 모의고사와 실제 수능에 출제된 외국어영역대부분의 문제는 문제유형만 변화시켰을 뿐 EBS 교재에 나온 지문을 활용했다. 한번 봤던 지문과 그렇지 않은 지문은 체감난이도 측면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② 문장단위로 외우는 연습을 하라: 개별 단어를 외우는 것도 도움은 되겠지만, 실제 그 단어가 어떻게 쓰이는지를 모르면 의미가 없다. 문장을 통째로 외우는 연습을 하면서 문장구조와 단어학습을 한번에 하자.

③ 취약유형을 파악해 집중학습하자: ‘빈칸 추론’를 비롯해 학생들마다 자주 틀리는 문제유형이 있다. 1개월동안 취약유형의 문제를 골라 하루 20문항씩 풀다보면 자신만의 문제풀이방법을 계발할 수 있다. 어려운 부분을 잡아야 점수가 오른다.

사회탐구

① 국사=교과서가 답이다: 국사과목은 국정교과서를 사용한다. 수능 문제에 출제되는 모든 제시문과 선지는 교과서에 나온 내용이다. 교과서 세부내용까지 완벽히 외워야 한다. 수능 1개월 전부터는 교과서 색인을 보면서 자신이 모르고 있는 내용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점검하라. / 친구들을 활용하라: 국사는 혼자 공부하기 어려운 과목이다. 범위를 정한 뒤 친구들과함께 문제를 만들고 풀면서 공부하면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파악하는데 효과적이다.

② 한국 근현대사=흐름을 잡는 게 최우선이다: 국사와 달리 한국 근현대사 문제는 역사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는지를 묻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세세한 내용에 집착하기 보다 자신만의 연대표를 만들어보면서 어떤 시기에, 어떤 사건이 발생했는지를 정리하는 게 좋다. / 사료를 분석하는 능력을 키우자: 이번 수능에서는 처음 보는 사료가 등장해 체감난이도를 높였다. 평소 익숙하지 않은 사료를 접하면서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를 익혀라. 지루할 때면 근현대사와 관련한 동영상과 비디오를 보며 다시한번 흥미를 유발했다.

③ 경제=개념이 가장 중요하다: 경제과목은 수능이든, 평가원 모의고사든 표현방식에만 변화를 줄 뿐, 항상 똑같은 내용을 묻는다. 개념학습을 확실히 해두면 모든 문제를 맞출 수 있다. 문제를 맞췄어도 그냥 넘어가지 말고,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선 어떤 개념을 알아야 하는지’를 짚고 넘어가라. / 다양한 형태의 그래프와 익숙해져라: 기출문제를 보면 독특한형태의 그래프가 많이 나온다. 평소 그래프 문제가 나오면 ‘어떤 식으로 변형될 수 있는지’를 생각하는 습관을 들여라.

<최석호 기자 bully21@joongang.co.kr 사진="최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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