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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거슨경, 올 것이 왔소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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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알렉스 퍼거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이 8일(한국시간)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2011~2012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C조 최종전에서 FC바젤(스위스)에 1-2로 패해 16강 진출이 좌절되자 굳은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빠져나가고 있다. [바젤펜타프레스=연합뉴스]

알렉스 퍼거슨(70)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감독은 중원의 공백을 풀지 못했다. 선수들의 잇따른 부상도 그의 발목을 잡았다.

 맨유는 8일(한국시간)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2011~2012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C조 최종전에서 FC바젤(스위스)에 1-2로 패했다. 2승3무1패(승점 9)가 된 맨유는 포르투갈의 벤피카(3승3무·승점 12)와 바젤(3승2무1패·승점 11)에 밀려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맨유는 2005~2006 시즌 이후 6년 만에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퍼거슨 감독은 경기 후 “볼 점유율에서 앞섰고 수차례 좋은 득점 기회를 잡았지만 문전 처리가 미숙해 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실망스럽지만 패배도 축구의 일부다. 젊은 선수들의 실망이 크겠지만 이런 경험을 이겨내야 한다”고 했다.

 이번 시즌 들어 퍼거슨 감독은 팀 스피드를 끌어올리기 위해 젊은 미드필더를 대거 중용했다. 단기적으로 효과는 컸다. 아스널과의 정규리그 3라운드 경기에서 8-2로 대승하기도 했다. 맨유 공격의 중심에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위건에서 영입한 톰 클레버리(22)가 있다. 중앙 미드필더인 클레버리는 폭넓은 움직임과 안정된 공수 밸런스를 선보이며 은퇴한 폴 스콜스(37)의 후계자로 떠올랐다. 여기에 애슐리 영(26)·대니 웰백(21) 등이 가세했고 필 존스(19)도 수비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

 그러나 클레버리의 부상 공백이 연쇄적인 부작용을 가져왔다. 클레버리는 시즌 초반 당한 왼 발목 인대 부상이 최근 재발해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고 있다. 클레버리가 빠지자 최전방 공격수인 웨인 루니(26)가 미드필드까지 내려가는 시간이 많아졌다. 퍼거슨 감독은 “루니가 미드필드로 내려가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득점력이 떨어졌다”고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드필더 안데르손(23)마저 부상으로 최근 결장하고 있다. 순식간에 중원이 휑해졌다.

 박지성(30)도 중원 공백의 해법이 되지 못했다. 퍼거슨 감독은 바젤을 상대로 4-2-3-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루니가 최전방에 나섰고 박지성이 바로 뒤에서 공격을 지원했다. 맨유는 꼭 이겨야 하는 경기에 주로 루니와 하비에르 에르난데스(23)를 투톱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에르난데스가 발목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해 루니를 최전방에 세우고 박지성에게 지원하게 했다. 박지성은 전반 3분 날카로운 왼발 슛을 했지만 공은 골대를 살짝 빗나갔다. 이후 위협적인 장면을 보이지 못했다.

 맨유나 FC바르셀로나(스페인) 같은 강팀들은 매 시즌 더블 스쿼드(포지션마다 기량이 뛰어난 두 명의 선수를 보유하는 일)를 갖춘다. 클럽 팀 최고의 영예인 트레블(정규리그·챔피언스리그·FA컵 우승)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선수들의 체력 안배가 필요해서다. 그러기 위해서는 꾸준히 좋은 선수를 영입하며 선수층을 두텁게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최근 맨유는 굵직한 영입 없이 유망주나 비교적 싼값에 즉시전력감으로 쓸 수 있는 선수를 선발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맨유의 현재 멤버는 정규리그와 챔피언스리그를 동시에 석권하기엔 질적으로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올해는 정규리그 우승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2위 맨유는 현재 선두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에 승점 5 차로 뒤져 있다. 맨시티도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탈락해 정규리그에만 집중하게 됐다.

오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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