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국방개혁법만이라도 통과시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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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정국 혼란이 이어지면서 나라의 명운을 좌우할 국방개혁법안이 좌초할 위기다. 지난 5월 정부 발의로 국회에 상정된 국방개혁법안은 지금까지 공청회만 몇 번 열렸을 뿐 국회 차원의 공식적인 논의는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못했다. 국방위원회에 설치된 법안심사소위가 두 차례 소집됐지만 성원 미달로 불발되거나 공청회만 열고 끝냈을 뿐이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국방위원회에서 크로스보팅(당론 없이 의원들이 자유 투표하는 방식)을 통해 법안을 통과시키고 이어 연내로 열릴 전망인 임시 국회에서 법안을 확정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논의 과정을 보면 이 계획도 불확실하다.

 현재 작전지휘선상에서 배제돼 있는 육·해·공군 참모총장에게 작전지휘권을 부여하는 내용이 핵심인 국방개혁법안은 찬반 논란이 상당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논란은 이제 거의 해소됐다. 그런데도 국회에서 논의가 지지부진한 이유는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소동으로 국회가 문을 닫고 여야 정치권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이합집산에만 몰두하는 탓에 중대한 국가적 사안에 대한 논의를 뒷전으로 미뤄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의원들이 정쟁에만 정신이 팔려 제 소임을 내팽개친 것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 그러나 국방개혁만큼은 그렇게 좌초돼선 안 될 사안이다. 2015년 전시(戰時) 작전권이 주한미군에서 우리 군에 넘어오는 상황은 국가 안보에 절대적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큰 변화다. 서둘러 우리 군만의 작전계획을 만들고 충분한 연습을 통해 준비하지 않는다면 큰 허점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 18대 국회에서 국방개혁법안이 통과되지 못한다면 법안은 자동 폐기된다. 그러면 19대 국회에서 다시 법안을 논의해 통과시켜야 한다. 내년 선거 일정을 고려할 때 아무리 빨라도 1~2년은 지나야 국방개혁이 시작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 군은 사실상 아무런 준비 없이 전시작전권을 행사해야 한다. 그렇게 생긴 안보 허점은 제2, 제3의 천안함·연평도 사건을 촉발할 위험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