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눈물 닦아줄 법안 47건 국회 낮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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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경기도 평택 서정동 가구전시장 화재 진압 도중 순직한 고 이재만 소방위와 한상윤 소방장의 안장식이 6일 국립대전현충원 순직공무원 묘역에서 열렸다. 고 이재만 소방위의 어머니 정인자(66)씨가 마지막 가는 아들의 영정을 끌어안은 채 “내 막내아들, 내 막내아들”이라고 부르며 오열하고 있다. [뉴시스]

6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원내대책회의. 3일 경기도 평택의 가구 전시장 화재로 소방관 2명이 순직한 데 대해 의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송광호 의원=지난 5년간 순직한 소방관이 36명, 부상한 소방관이 1600여 명에 이른다. 소방관이 순직할 때마다 (월 5만원인) 위험수당이 적다는 얘기를 많이 해왔다. 노후 소방장비, 외상후 스트레스도 문제다.

 ▶원유철 의원=지자체의 소방업무에 대한 중앙정부의 재정지원 비율은 평균 2%에도 못 미친다. 주5일제가 일반화된 지금도 소방공무원은 24시간 2교대의 격무에 시달린다.

 이에 황우여 원내대표는 “차제에 철저한 예산 반영과 입법 보완까지 마치는 것이야말로 고인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했다. 비공개 회의 뒤 이두아 원내대변인은 “정책위에서 종합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국회에는 이날 회의에서 거론된 대책들이 법안으로 만들어져 제출돼 있다. 중앙일보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으로 확인한 결과 18대 국회 들어 발의된 소방공무원 관련 법안은 21건에 이른다. 소방관이 일하는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소방 관련 법안까지 포함하면 83건이나 된다. 하지만 처리된 것은 36건(43.3%)에 불과했다. 소방공무원 관련 법안으로 범위를 좁히면 처리율은 23.8%(5건)로 더 낮다.

 한나라당 유정현 의원 등 의원 33명이 올 9월 발의안 ‘소방공무원법 전부개정법률안’은 지방공무원 신분인 소방관을 국가공무원으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소방업무가 지자체 재정으로 이뤄지다 보니 재정자립도에 따라 수당을 못 받는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아직 소관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에 상정조차 안 된 상태다.

 원유철 의원 등 의원 83명이 2009년 2월 발의한 ‘지방소방재정 지원을 위한 특별법안’도 소방 경비를 확보하기 위해 시·도에 지방소방재정특별회계를 설치하는 내용이지만 재정교부금 신설 등에 대한 부처 간 이견으로 상임위에도 상정되지 못했다.

 이외에도 외상 후 스트레스 집중 치유 프로그램 등 소방공무원의 복지 관련 법안, 사기 증진을 위한 근속승진 관련 법안 등이 상임위에서 논의됐으나 국회 본회의엔 오르지 못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도 2009년 국가가 소방업무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도록 하는 ‘소방기본법 개정안’을 냈는데, 2년 뒤인 올 6월에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결국 핵심은 예산”이라며 “정부나 국회가 다른 공무원 직군과의 균형 때문에 소방공무원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데,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립대 윤명오 교수는 "전국적으로 3만여 명에 불과한 소방공무원을 늘릴 재정이 확보돼야 한다”고 했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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