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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메가머저의 명암] 上. 메가톤급 M&A 봇물

중앙일보

입력

세계의 대기업들은 지금 ''덩치 키우기'' 에 여념이 없다. 자고나면 기업 인수.합병(M&A)소식이고, 국경을 넘나드는 메가톤급 M&A(메가머저 : mega merger)도 활발하기 그지없다.

메가머저는 규모의 경제, 시장 지배력 강화 등 여러가지 잇점을 제공하지만 비만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찮다.

메가머저의 현황과 공과(功過), 이를 둘러싼 기업 안팎의 환경변화 등을 3회의 시리즈를 통해 짚어본다.

글로벌 경제가 지각변동기를 맞고 있다. 국경과 업종을 넘나드는 메가톤급 M&A가 봇물처럼 쏟아진다.

올초 업계에 큰 충격을 주었던 아메리카온라인(AOL)과 타임워너의 합병 이후 수십억, 수백억달러 규모의 초대형 M&A가 꼬리를 물고 있다. 관련 업계는 판을 새로 짜느라 분주하다.

◇ 급증하는 M&A〓올 상반기 전세계 M&A(금액기준)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6%가 늘어났다. 톰슨 파이낸셜 시큐리티 데이터는 1조8천8백20억달러(1만7천여건)의 M&A가 성사됐다고 최근 밝혔다.

글로벌(cross-border)M&A는 지난해보다 8백억달러 증가한 6천1백억달러를 기록했다. 영국이 전체의 50%를, 프랑스가 15%를 차지하는등 유럽 업체들의 ''미국 기업 사들이기'' 가 특히 두드러졌다. 톰슨측은 올해 사상 최대의 인수.합병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어떤 기업들이 합쳤나〓M&A 열풍을 주도하는 분야는 신경제를 이끄는 정보기술(IT)과 첨단 미디어산업이다. 미국 최대의 인터넷 서비스 업체인 AOL이 1월초 자신보?덩치가 큰 미디어계의 제왕 타임워너를 인수한다고 발표하자 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보름뒤 타임워너는 영국의 거대 음반업체인 EMI를 2백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AOL의 온라인 네트워크를 이용해 음악파일.음반 판매에 나서겠다는 계산이 깔려있었다. 이어 통신업계에서 세계 최대의 M&A가 성사됐다. 2월초 독일의 만네스만이 영국의 이동통신업체인 보다폰 에어터치의 인수 제의를 받아들인 것이다.

인수 금액은 AOL-타임워너(1천8백억달러)를 능가하는 1천9백20억달러였다. 경쟁업체인 브리티시텔레콤(BT), 도이체텔레콤 등은 심각한 위기의식에 젖었다.

도이체텔레콤이 최근 미국의 보이스스트림을 5백억달러에 인수, 미국 통신 시장에 진출한 최초의 외국기업이 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금융업종에서도 고유의 예금업무에서 탈피, 보험.투자영역으로 발을 넓히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M&A에 적극적이다.

스웨덴.핀란드에 기반을 둔 메리타노르드방켄은 5월 덴마크의 유니뱅크를 인수키로 합의, 북유럽 최대은행으로 떠올랐다.

미국의 시티그룹은 지난해 투자은행인 샐러먼 스미스 바니를 소유한 트래블러스 그룹과 합친 데 이어 올해 영국 쉬로더의 투자은행 부문을 인수했다.

체이스 맨해튼 은행은 4~5월에 걸쳐 투자은행 로버트플레밍과 비콘을 연이어 사들였다.독일의 도이체방크는 드레스드너 방크와 끊임없는 합병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드레스드너 방크는 최근 코메르츠 방크와 합병키로 했다.

자동차와 식품.제약업계에서도 새로운 판짜기가 한창이다. 미국 GM.포드.다임러크라이슬러 등 빅3와 독일 폴크스바겐.일본 도요타의 M&A 경쟁이 뜨겁다. 98년에는 미국 크라이슬러와 독일 벤츠가 합쳤고, 독일 폴크스바겐이 영국 롤스로이스를 인수했다.

자동차 산업은 연간 2천여만대의 승용차가 쏟아져 나오지만 이중 80%만이 시장에서 소화되는 실정이라 공동마케팅 및 기술교류가 절실한 업종이다.

제약업계 M&A는 1월 그락소 웰컴과 스미스 클라인 비첨이 합병을 선언, 세계 1위의 제약업체가 되면서 본격화했다. 화이저는 워너-램버트사를 9백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 왜 M&A에 뛰어드나〓기업들은 소유제한.영업규제 등 국가간.업종간 비즈니스의 장벽이 철폐되면서 적극적인 경영 전략의 하나로 M&A를 택하고 있다.

성공적인 M&A ''한방'' 이면 영업력.기술력.인력 등 모든 분야에서 단숨에 업계 1위로 도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크레디 스위스 퍼스트 보스톤 은행의 M&A 전문가 스티븐 코흐는 "유럽 기업들은 상품.서비스의 수요가 크고 세제.인력 등에서 경쟁력이 있는 미국 진출을 선호한다" 며 "미 기업에 대한 M&A가 증가하는 것은 이 때문" 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M&A가 규모의 경제, 유력 브랜드 확보 등 시너지 효과를 통해 추가 잉여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다고 말한다. 시장지배력도 강화돼 매출증대.초과이윤을 보장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인력.설비 등 불어난 덩치를 효율적으로 조정하는 작업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최근 각국에서 독점규제.시장 보호 움직임이 강화되면서 메가머저는 심각한 장애물에 봉착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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