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피치] 조성민과 조 디마지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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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東京)에서 5년째 살고 있지만 올처럼 더운 여름은 처음이다. 땀흘리며 운동하다 보면 그만두고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그러나 요즘은 다르다. 아마 이젠 나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조성민(요미우리 자이언츠)은 지난 19일 탤런트 최진실과 결혼 발표 이후 부쩍 의무감과 자신감이 늘어 더위를 느낄 겨를이 없다고 한다.

그는 23일 전화 통화에서 "이전에는 '조금 못하면 어때, 한번 욕먹고 말지' 라고 생각하며 훈련을 게을리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게 아니다.

내가 못하면 어디 나 혼자 욕먹겠는가. 주위에서 '여자 잘못 만나서 저런다' 고 수근거릴 것 아닌가. 그런 말을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꼭 잘해야겠다는 의지가 생긴다" 고 말했다.

사실 그는 지금 '재기중' 이다. 팔꿈치 부상으로 1998년 전반기 이후 단 1승도 올리지 못했다.

지난해 팔꿈치 수술을 받았고 지금은 2군에 내려가 있다. 그런 가운데 국내 최고의 여배우와 사랑에 빠졌고 오는 12월 5일 결혼식을 할 계획이다.

이제 그는 '성공적인 재기〓잘된 결혼' 이라는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그래서 반드시 좋은 성적을 올려야 한다는 책임감이 강하다.

조성민.최진실 커플은 지난해 3월 8일 사망한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강타자 조 디마지오와 20세기 최고의 섹스 심벌 마릴린 먼로 커플을 떠올리게 한다.

54년 1월 14일 결혼식을 올릴 당시 디마지오는 은퇴했지만 뉴욕 양키스의 리더 출신으로 미국의 영웅이었고, 먼로는 인기 절정의 여배우였다.

디마지오와 먼로의 결합은 세인들의 수많은 입방아 속에서도 '스캔들' 이 아닌 '로맨스' 의 품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들의 결합은 불과 10개월 만에 끝났으면서도 '세기의 사랑' 으로 불린다.

디마지오는 한번도 먼로와 사생활에 관해 입을 열지 않았지만 품위를 잃지 않는 행동으로 존경을 받았다.

또 그는 62년 먼로가 사망한 이후 그녀의 무덤에 꾸준히 장미꽃을 보내며 아름답기만한 '사랑의 힘' 으로 팬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디마지오는 메이저리그 현역 시절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기 위해 자원입대했던 용기, 먼로에게 보여준 사랑, 야구를 향한 뜨거운 정열로 미국 국민의 위대한 우상이 됐다.

조성민이 디마지오처럼 성공적인 현역 생활과 품위있는 사랑, 진정한 용기를 보여준다면 아무도 그의 사랑을 평가 절하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에게는 '지금부터' 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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