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송지만 '창공에 빛난별'

중앙일보

입력

'잡초' 송지만(27·한화)이 올스타전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하며 ‘별중의 별’로 찬란히 떠올랐다.

지난 21일 마산에서 벌어진 1차전에서 홈런 3개를 때렸던 매직리그 송은 23일 제주 오라구장에서 벌어진 2차전에서도 5회초 결승 2타점 2루타를 터뜨리는 등 11타수 5안타·3홈런·6타점으로 맹활약, ‘미스터 올스타’로 선정됐다.

송은 기자단 투표 67표 가운데 61표를 얻어 2차전에서 홈런 2개를 날리며 추격해온 드림리그 심정수(두산)를 압도적 표차로 앞서 순금 20냥쭝 황금배트를 차지했다.

송은 15년 이상 밑바닥 무명기간을 묵묵히 견뎌 마침내 스타 반열에 올랐다. 불우한 가정 환경과 병마와 싸워가며 버틴 시간들이었다.

그는 어릴때부터 공던지기를 좋아했다.키는 크지 않았지만 어깨가 강했고 달리기도 잘했다. 그러나 운동선수가 되고자 하는 그를 공무원이던 아버지는 극구 만류했다.

초등학교 5학년때 대학에 진학한 형을 따라 인천에서 생활하게 되면서 부모의 감시를 피해 야구를 할 수 있었다. 인천 서흥초등학교 야구부에 들어가 글러브를 꼈다.

그러나 그해 겨울 아버지가 당뇨병으로 쓰러졌다. 몇푼의 퇴직금이 나왔지만 어머니가 식당일을 돕고 정육점을 운영하면서 집안을 꾸려나가야 했다.

동산고에 진학한 송은 1학년때 온 몸에 성한 곳이 없었다. 눈은 황달에 걸려 앞을 제대로 보지 못했고 허리와 무릎도 아팠다. 운동을 그만 두고 1년을 그냥 보내자 어머니는 운동을 그만 둘 것을 권했다.

송도 포기하고 싶었지만 그에겐 야구가 인생의 모든 것이었다. 타격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배트를 품고 잠자리에 들 정도였다.

인하대를 거쳐 1996년 한화에 2차 지명으로 입단하면서 그는 타격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98년 겨울 특유의 기마자세를 익혀 타격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하루도 거르지 않은 웨이트트레이닝으로 힘을 키운 그는 이제 ‘무명의 반란’을 넘어서 ‘최고의 타자’로 우뚝 솟았다.

1만3천여 관중이 제주 오라구장을 가득 메운 가운데 벌어진 2차전에서 드림리그는 5-4로 역전승,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우위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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