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여기는 K2] "그래도 우리 서방님 화이팅"

중앙일보

입력

맑은 날씨가 이틀 연속 계속되고 있다. K2 베이스캠프(BC)
에 들어와서 정상등정을 노리는 모든 원정대마다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부산하다. 지난달 26일 대한산악연맹 경남-광주합동대가 정상을 등정한 이래로 약 1달만에 등반하기에 쾌적한 날씨를 보여주고 있다.

BC에 일찍 들어왔건 늦게 들어왔건 이제는 이곳에 있는 4개 팀(한국원정대·대구원정대·브라질원정대·국제 합동대)
이 정상을 같이 올라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21일 캠프Ⅰ에는 한국원정대 지원조와 셰르파 등 10명,대구원정대 지원조 4명,국제 합동대 5명,브라질 원정대 6명 등 25명이 등정을 위해 한꺼번에 모여들어 북적거렸다. 이들은 25일을 정상등정예정일로 잡고 등반중에 있다.

한편 22일 오전 7시30분(이하 한국시간·파키스탄시간 오전 3시30분)
대구원정대 등정조 2명이 캠프Ⅱ까지 오르기 위해 BC를 출발했으며 한국원정대 엄홍길등반대장도 나관주·박무택대원,팀닥터인 조경기박사 등 3명과 함께 캠프Ⅰ로 떠났다. 한국원정대는 다른 3개팀보다 하루 늦은 26일 정상등정에 나설 계획이다.

동국대 K2-브로드피크원정대도 브로드피크 등반을 위해 박영석대장과 4명의 대원이 BC를 출발했다.이들은 등정예정일을 25일로 잡아놓고 등반을 하고 있다.

모든 원정대 대원들이 등반을 시작한 BC는 움직이는 사람들이 거의 보이질 않아 썰렁하다.한국원정대원중 BC에 남은 대원들은 빙하위에 세워놓은 식량창고와 하관용대원 텐트의 바닥이 녹아 허물어지자 22일 옆으로 옮기느라 오전내내 작업을 했다.

한국원정대원중 박무택대원이 22일 생일을 맞았다.그러나 모든 대원들이 등반을 하느라 바뻐 어엿한 생일상도 못 받고 김밥과 스프로 아침을 해결한 후 서둘러 캠프Ⅰ로 출발했다.박대원은 올 봄 칸첸중가원정때는 부인이 혼자서 생일을 맞았었다.박대원은 당시 8천5백m에서 엄대장과 비박한 후 정상등정(5월19일)
이라는 쾌거를 이루며 부인에게 가장 값진 선물을 안겨줬었다.그러나 결혼 후 처음 맞는 부부의 생일을 각각 혼자서 지낸다는 것이 주위 대원들의 마음을 조금은 아프게 했다.

박대원의 부인은 조인스닷컴을 통해 ‘산을 사랑하는 만큼 가족도 사랑해 달라’며 ‘그래도 우리 서방님 화이팅’이라고 격려편지를 보냈다. 아마 지금도 히말라야를 등반하는 한국원정대·대구원정대·동국대원정대 등 모든 산악인들의 가족들은 가슴 졸이며 무사히 등정하고 귀국하기를 기원하고 있을 것이다.

박대원의 부인이 보낸 격려편지의 내용과 달리 모든 산악인들도 자신의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그러나 이제까지 기울였던 것보다 더 큰 사랑을 전해주길 바라며 가족들도 이들이 성공하기를 지금보다 더 많이 기원해주었으면 한다.지금 이 시간 히말라야로 원정을 떠난 모든 산악인들에게 ‘화이팅’을 외쳐본다.

K2=김세준 기자<sjki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