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 교육] 서울 염경초등학교의 자기주도학습 수업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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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를 잡아주면 하루 양식이 되고, 고기 잡는 방법을 알려주면 평생 양식이 된다’는 말이 있다. 최근 방과후 수업 트렌드가 이렇다. 운동이나 악기를 배우는 특기 적성 계발이나 교과 내용 심화 학습처럼 수업 내용 자체를 배우는 강좌가 전부가 아니다. 학생 개개인에게 맞는 학습법 코칭이나 시간관리 컨설팅 등 ‘공부 하는 법’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이 인기다.

서울 염경초등학교는 지난 9월부터 ‘자기주도학습법’을 알려주는 방과후 수업을 운영 중이다. 4학년과 6학년을 대상으로 주1회 60분씩 집중력 향상법과 시간 관리 노하우 등을 알려준다. 곽미숙 강사는 “수업 내용은 학생이 자신의 공부 스타일을 찾을 수 있게 구성돼 있다”며 “평소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이나 자잘한 습관 등을 되돌아보며 장점과 보완할 점들을 깨닫는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1일 염경초 6학년 학생들이 참여하는 ‘자기주도학습법’ 방과후 수업을 찾아가 봤다.

서울 염경초 6학년 학생들이 ‘자기주도학습법’에 대한 방과후 수업을 들으며 하루 중 집중이 잘 되는 시간과 그렇지 않은 시간을 구분해봤다. [황정옥 기자]

 
하루 되돌아보며 집중 잘 되는 시간 찾기

“전 앞으로 예습을 아침에 해야겠어요. 아침 식사 이후부터 등교 전까지 컨디션이 좋은데 지금까지 TV만 보면서 허튼 시간을 보냈다는 걸 알았습니다.”(장유빈)

“딴 생각 하는 시간만 줄여도 학습 능률이 오를 것 같습니다. 수업시간에 이렇게 딴 생각을 많이 하는지 미처 몰랐어요.”(박정윤)

자기주도학습법 시간은 학생들의 활동 위주로 진행됐다. 강사의 지시에 따라 학생들은 자신의 하루 일과를 되돌아보고 집중이 잘 되는 시간과 그렇지 않은 시간을 스스로 찾아보는 식이었다.

곽 강사는 “아이들이 처음에는 이런 수업 방식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정해진 답도 없고, 옆 친구와 상의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라 난감해했던 것이다. 곽 강사는 “한 달가량 훈련하자 아이들이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스스럼없이 표현하고 의견을 나누는 데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가장 큰 변화로 발표가 많아졌다는 것을 꼽았다. 심예빈양은 “처음에는 공부가 잘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하기가 부끄러웠는데 내 약점을 털어놓을수록 다른 친구들이 공감해 줘 오히려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자신에 대해 솔직해지자 해결책도 빨리 찾게 됐다. 장양은 “이 수업을 들으면서 내게 맞는 공부 시간을 찾게 됐다”며 자랑했다. 그는 “아침에 정신이 맑은 편이라 이 시간을 조금만 잘 활용하면 저녁에 졸음을 쫓으며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것보다 효과적으로 공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집중력 좋아지자 성적도 올라

3개월간 배운 자기주도학습법으로 성적이 향상되는 등 눈에 띄는 효과를 본 학생도 적지 않다. 이지호군은 “집중력을 높이는 암기 방법에 대해 배운 게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군은 이 방식을 적용해 영어 학원에서 치르는 영어 단어 시험 성적이 올랐다. “영어 학원에서 매주 25문제씩 단어 시험을 보는데 2~3시간씩 단어를 외워도 늘 7~8문제는 틀렸다”며 “지금은 자투리 시간 10분씩 투자해 3~4차례 반복해 암기하는 방식으로 공부 방식을 바꿔 2~3개 정도 틀린다”고 말했다. 공부 시간은 줄이고 성적은 높인 셈이다.

임세희양은 “코넬식 노트 필기법을 배운 뒤부터 예습과 복습이 한결 쉬워졌다”고 좋아했다. 코넬식 노트 정리는 핵심 내용이 한눈에 들어올 수 있게 공책의 한 면을 제목·필기·키워드·요약의 4개 영역으로 나눈 뒤 구조화해 정리하는 방식이다. 임양은 “이전까지는 선생님의 설명을 받아 적기만 했는데, 코넬식 노트 필기법을 활용하다 보니 수업에 집중하기도 쉽고 공부도 재미있어 졌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자기주도학습에 대해 배운 내용을 중학교에 진학한 뒤에도 꾸준히 적용해 볼 생각”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유진양은 “중학생이 되면 수업 전과 후 시간을 잘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업 직전에 배울 내용을 빨리 훑어본 후 어떤 내용을 배울지 숙지하고, 수업이 끝난 뒤에는 곧바로 책을 덮지 않고 중요 내용을 연습장에 빠르게 정리해 보겠다는 것이다. 김양은 “내게 맞는 학습법을 알면 시간을 많이 쏟아붓지 않고도 효과적으로 공부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 같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곽 강사는 “자기주도학습법은 어려운 게 아니다”라며 “자신의 성향을 정확히 파악한 뒤 집중이 잘 되는 시간과 효과적인 학습법만 찾으면 공부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박형수 기자
사진=황정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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