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 검·경 맞짱토론 하자는 경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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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양영진 경남 진해경찰서 수사과장이 ‘수사 보직 해제’ 희망원을 들어 보이고 있다. 그는
‘검사와의 맞짱 토론’을 제안했다. [연합뉴스]

국무총리실의 검경 수사권 강제조정안에 집단 반발해 온 일선 경찰관들이 이번엔 검찰에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28일 경찰에 따르면 경남 진해경찰서 양영진(38) 수사과장은 경찰 내부망 등을 통해 ‘검사와의 맞짱토론’을 제안해 일선 경찰관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양 과장은 “총리실이 4개월 넘는 기간 동안 두 차례 검경 의견 수렴과 단 한 번의 합숙토론 후 바로 입법 예고해 버렸다”며 “절차상 문제가 있었으므로 검경 간 맞짱 TV토론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경찰대 12기로 16년 경력 중 10년을 수사 경찰로 일해 온 양 과장은 총리실이 강제조정안을 발표한 지난 23일 ‘수사 보직 포기’ 희망원(願)을 경남지방경찰청에 제출했다. 이후 전체 수사 경찰관의 3분의 2가 넘는 1만5000여 명의 수사 경찰이 수사 경과(警科) 반납운동에 동참했다. 그는 “검찰과 경찰이 TV토론을 통해 의견을 내놓고 여론조사를 통해 국민 의견이 도출되면 양쪽 모두 그 결과에 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 과장의 이 같은 제안은 29일 국회에서 열리는 ‘형사소송법 대통령령 총리실안의 문제점’ 토론회에서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검 관계자는 그러나 “오래전에 예정됐던 토론회일 뿐이지 TV토론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는 경찰 쪽에서 이세민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과 최광식 전 경찰청 차장, 검찰 쪽에서 이두식 대검 형사정책단장과 노명선(전 검사) 성균관대 교수가 나온다. 이 토론회는 경찰 출신인 이인기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이 주관하며 일선 경찰관들이 세(勢) 과시 차원에서 대거 참석할 예정이어서 검찰 입장에선 고된 싸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조현오 경찰청장은 이날 오전 지방경찰청장 등 경찰 수뇌부 36명이 모인 자리에서 “기강 해이, 조직 간 권한 다툼으로 비치지 않도록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면서 총리실 조정안의 부당성을 알려야 한다”며 “여의치 않으면 형사소송법 재개정운동까지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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