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분수대

두 돌 된 아이폰처럼 꼭 필요한 버튼 하나 남겨놓고 다 버릴 용기가 있는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1면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이 땅에 아이폰이란 물건이 선을 보인 지 어제로 2년이 됐단다. 다른 스마트폰과 구별해 특별히 아이폰의 생일을 기억하는 건, 그것이 세상을 바꿔놓은 공을 부인할 수 없는 까닭이다.

 나는 아이폰을 쓰진 않지만, 그것을 볼 때마다 생각나는 말이 있다. “하나의 이익을 얻는 것은 하나의 해로움을 제거함만 못하고, 새로운 일을 하나 벌이는 것은 하고 있는 수고를 하나 더는 것만 못하다(興一利不若除一害 生一事不若滅一事).”

 원나라의 명재상 야율초재의 말이다. 칭기즈칸이 죽고 제위를 물려받은 오고타이가 “아버지가 건설한 제국을 계승 발전시키려면 어찌해야 하느냐”고 묻자 말한 대답이었다. 야율초재가 누군가. 거란 왕족 출신으로 일개 유목 부족이었던 몽골을 도와 세계 역사상 최대의 제국으로 만든 인물이다. 정복지를 초토화시키던 몽골을 적까지 포용하는 문화국가로 바꿔놓은 결과였다. 역사가들은 야율초재가 없었더라면 중원의 한민족은 씨가 말랐을 것이라고 말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스티브 잡스가 야율초재만큼 덕 있는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지만, 생각만큼은 그와 같았던 게 분명하다. 오고타이는 뭔가 아버지를 뛰어넘는 새 업적을 더해야 한다는 조언을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야율초재는 더하기보다 빼기를 먼저 생각하라고 지적한 것이다. 몸집을 불리기보다 거추장스러운 군살을 빼는 게 우선이란 얘기였다.

 잡스가 그랬잖나. 아이폰이 세상에 나오기 전 휴대전화는 두께나 성능 같은 하드웨어 스펙 경쟁이었다. 정작 쓰는 사람은 구별하지도 못할 0.1㎜를 줄이느라 엄청난 투자를 했다. 이해도 못할 기능을 덕지덕지 붙여놓고 자랑스러워했다.

 이런 통념을 한번에 날려버린 게 아이폰이었다. 이용자가 원하는 기능만 편히 쓸 수 있도록 버튼 하나만 남겨두고 다 없앴다. 대신 수많은 어플로 휴대전화의 차원을 스마트하게 업그레이드했다. 아이폰이 그런 새 시대를 열지 않았더라면, 오늘날 날개를 단 SNS의 쌍방향 소통도 불가능했거나 한참 더 기다려야 했을 터다.

 딱한 것은 아이폰을 쓰면서도(다른 스마트폰을 쓴다고 변명이 되진 않지만) 그것이 무엇을 바꾸었는지 모르는 위정자들이다. 상대적으로 무겁고 성능이 뛰어나지도 않은 아이폰에 왜 사람들이 열광하는지 알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남들 한다고 SNS로 떠든다고 무슨 소용 있으랴. 해로움은 없애지 못하면서 이익만 얻으려 할 텐데. 그러니 수고는 덜지 못하고 헛일만 벌이려 할밖에.

 꼭 필요한 버튼 하나만 남겨놓고 다 버릴 용기가 있는지. 그것이 생산자(정치인)가 아닌 소비자(국민)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인지. 스스로 되새겨볼 일이다.

이훈범 문화스포츠에디터

▶ [분수대] 더 보기
▶ [한·영 대역]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