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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CCP 2년째 … AA등급 한우 10마리 더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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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축산농가는 바람 잘 날이 없다. 소·돼지는 구제역으로, 닭·오리는 조류인플루엔자(AI)로 들썩인다. 축산물의 안전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축산물 해썹(HACCP) 인증제’가 거론된다. 해썹이란 가축의 사료 제조부터 사육·도축·집유(集乳)·포장·가공·보관·운반·판매까지 전 과정에 걸쳐 위험요소를 차단하는 첨단 관리 시스템이다. 구제역·AI 원인 바이러스 차단에도 큰 도움이 된다. 인체 독성을 일으키는 항생제·첨가제·발색제 등 모든 위험물질도 차단할 수 있다.

 중앙일보와 축산물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원은 소비자의 안전한 먹거리를 위한 축산물 해썹 확대 공동 캠페인을 펼친다. 첫 회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해썹(HACCP) 인증 하나면 걱정 없어요’다.

지난 21일, 강원도 홍천군 서석면 양지목장을 방문했다. 이 목장은 2년 전 해썹 인증을 받았다. (앞에서부터)이종헌 늘푸름홍천한우클러스터사업단장, 양지목장 박용길 대표, 중앙일보 배지영 기자, 해썹심사원 김병훈 박사(맨 뒤)가 축사 내 환기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최재영 프리랜서]

사료·물·주사제 … 사육에서 판매까지 관리

강원도 홍천군 서석면 ‘양지목장’. 식육용 소 70여 마리가 길러지는 중소형 농가로 지지난해 해썹 농장으로 선정됐다. 지난 21일 기자와 축산물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원의 김병훈(49·수의사) 박사가 농가를 방문했다. 기자 일행이 탄 차량이 농장 안으로 들어서자 문 앞에선 하얀 소독제가 분무됐다. 이 농장 박용길(47) 대표는 “농장에 들어오는 모든 차량을 이렇게 소독한다. 소독제는 인체와 동물에 무해한 천연물로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차에서 내리자 바로 옆에 관리소가 보였다. 기자와 김 박사는 입고 있던 겉옷을 벗고 방역복으로 갈아 입었다. 신발 위에는 방역덧신을 신고 소독제를 발에 뿌렸다.

 다음 절차는 방명록 작성이었다. 방문한 사람의 이름·전화번호·사는곳·24시간 전 방문한 모든 장소 등을 기입해야 했다. 김 박사는 “소에게 병이 생겼을 때 누가 옮겼는지 빨리 확인하기 위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관리소 맞은편에는 철제 창고가 비치돼 있었다. 박 대표는 “외부인이 들고 온 모든 물품은 이곳에서 최소 6시간 이상 소독한 뒤 농가에 반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입구에서 50m쯤 되는 거리를 걸어 축사에 도착했다. 특이점은 일반 농가에서 나는 가축 냄새가 거의 없다는 것. 해충의 모습도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

 박 대표는 “소가 도축되기 전까지 최상의 건강상태로 관리하는 하는 게 해썹 시스템이다. 축사 바닥에 병균이 많이 생기는데, 이런 것도 차단하기 위해 석 달에 한 번씩 자리(톱밥·왕겨 등)를 완전히 갈아준다”고 말했다. 사료도 깐깐하게 먹인다. 해썹 인증 농가에서는 항생물질과 미생물이 걸러진 해썹 인증 사료만 사용해야 한다.

 김 박사는 “미생물과 바이러스에 노출된 소가 도축돼 판매되면 그게 그대로 우리 몸속에 들어올 수 있다. 해썹은 소에게 먹이는 사료·물·항생물질과 주사제 등 모든 것이 인체에 유입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선진 축산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내가 먹는 쇠고기가 어떤 환경에서 자라는지 몰라 막연히 고기를 안 먹는다는 사람도 봤다. 해썹은 소비자의 불안감을 없애는 좋은 인증제다. 고기의 질도 좋아졌다. 해썹 인증을 받은 후 AA등급(최상급)을 받은 한우가 10마리 더 늘었다”고 말했다.

해썹 인증 농가에서 사용되는 출입관리대장, 출하일지, 재고파악대장 등의 각종 서류.

도축장 세척 시간·수압까지 수치화

농가에서 오염되지 않은 소를 잘 길렀다면 이후 유통 과정이 잘 뒷받침돼야 한다. 도축·유통·포장·판매되는 과정에서도 해썹 시스템이 적용된다.

도축 과정에서 가축의 털이 생고기와 섞이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축산물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원 이주연 박사는 “소는 보통 2등분으로 쪼개지는데(2분 도축), 이때 깨끗하게 세척하는 게 중요하다. 해썹 시스템을 적용 받는 도축장에는 세척 시 수압·세척 시간 등을 체크해 유해물질이 제대로 제거됐는지 꼼꼼하게 관리한다”고 말했다.

 유통 과정도 해썹 관리를 받는다. 도축된 생고기가 정육점이나 마트로 옮겨질 때 유통 차량의 내부 온도는 -2도~5도 사이로 유지돼야 한다. 유통 차량의 청결 상태도 중요하다. 이 박사는 “오염된 차 바닥에 고기를 겹겹이 쌓아 올려 유통시키는 업체도 적지 않다. 해썹 인증을 받은 유통업체는 고기를 철제 고리에 걸어, 고기 간 간격도 20㎝ 이상으로 유지한다.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도록 깨끗하게 이동시키기 때문에 믿을 수 있다”고 말했다.

 판매점에서도 해썹 관리를 받는다. 현재 축산물 해썹 인증을 받은 판매처는 전국 319 곳이다. 해썹 인증 농가에서 도축된 소가 해썹 인증 판매점으로 도착하면 분리된 작업장에서 직접 손질해 판매한다. 작업장은 먼지나 외부 공기가 이동할 수 없도록 자동문으로 차단돼 있다. 작업자가 작업장으로 들어갈 때는 반드시 전용 작업복·마스크·모자·장화를 착용해야 한다.

 냉장 판매대도 해썹 관리를 받는다. 고기가 상하지 않게 -2도~5도 사이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고기가 담기는 스티로폼 용기와 랩도 인체에 무해한 것만 쓴다. 소비자가 고기 상태를 혼동하지 않도록 붉은 조명을 사용하는 것도 금지된다.

배지영 기자

축산물 해썹(HACCP)=소비자에게 항생물질·바이러스·미생물 등에 오염되지 않은 축산물을 공급하기 위해 관리하는 시스템. 축산물이 식탁에 오르기까지 사료·사육·도축·집유(集乳)·포장·가공·보관·운반·판매의 9단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오염·위해 요인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차단하는 첨단 관리 시스템이다. 축산물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원에서 심사 및 지정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한번 인증 받은 업체는 기준원으로부터 수시로 관리·감독 받으며, 인증도 3년마다 갱신해야 한다. 현재 학교급식에서는 해썹 인증 마크를 받은 축산물만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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