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시위는 미국 특유의 기업가 정신 훼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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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호 20면

월가 점령 시위대는 지금 스티브 잡스의 유령과 승산 없는 싸움을 하고 있다. 유럽처럼 미국에서 ‘못 가진 자의, 가진 자에 대한 싸움’이 효과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까. 그 싸움에서 이기길 원한다면, 시위대는 메시지를 설정을 잘해야 한다. 스티스 잡스 같은 인물을 성원하는 미국적 포용력을 염두에 둬야 한다. 잡스는 글로벌 경제구조를 변화시키고, 우리 일상생활을 윤택하게 만들면서 부자가 된 인물이다.

증시 고수에게 듣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좌파를 만족시킬 만한 정책을 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고 시위대는 화를 내는 것 같다. 오바마는 787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내놨고, 경기 침체에도 건강보험 혜택을 대폭 늘렸다. 그러나 시위대와 좌파는 여전히 배고프다고 느낀다. 시위대는 정부 개입을 줄이라는 미국적 시각이 아니라, 정부 개입을 중시하는 유럽적 시각에 가까운 듯싶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대중 민주주의가 지나치게 왼쪽으로 치우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들은 상원·대법원 같은 곳이 좌편향하는 걸 막도록 했다. 연방주의는 주 정부에 권한을 줬고, 주 정부는 더 많은 경제적 자유를 제공하면서 기업을 끌어들였다. 최다 득표자를 당선시키는 미국의 투표시스템은 정치적 중도 세력에 힘을 실어줬다.

반면 정당의 총득표 수에 비례해 당선자를 결정하는 유럽의 비례대표제는 종종 좌파 세력에 힘을 실어준다. 20세기의 큰 전쟁과 혁명을 거치면서 유럽의 전제 국가는 무너졌고 많은 곳에서 좌파가 권력을 장악했다. 국민적 일체성을 강조하는 유럽의 풍토도 좌파 성장에 기여했다. 유럽 좌파의 승리와 미국 좌파의 일부 승리는 세상을 보는 시각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가난한 사람은 게으르다’는 말을 미국인의 60%가 믿지만, 유럽인은 26%만 믿는다. 미국인 30%만이 ‘행운이 수입을 결정한다’고 믿지만 유럽인은 54%가 믿는다. ‘인생의 성공은 우리가 통제하기 힘든 외부 힘에 의해 결정된다’는 말에 미국인은 36%만이 동의하지만 독일인은 72%가 동의한다.

앤드루 카네기에서 스티브 잡스에 이르는 성공 기업인이 미국의 경제적 자유를 신장시켜 왔다. 유럽의 귀족정치는 태어나면서부터 부와 권력이 보장된 인물들을 낳았다. 이에 비해 잡스는 창의성과 피나는 노력으로 수십억 달러를 번 자수성가형이다. 동시에 우리에게 수많은 즐거움을 줬다. 기업가 정신은 매우 중요하다. 나는 기업가 정신이 약화되는 것, 또 기업가 정신의 과실이 고르게 분배되지 못하는 것 두 가지가 오늘날 미국인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고 믿는다. 월가 점령 시위대가 외치는 급진적인 부의 재분배가 미국의 특장인 기업가 정신에 타격을 입힐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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