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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al Network Dating] 낮 12시, 운명의 ‘짝’이 나타난다

중앙일보

입력

뉴스위크소셜데이팅에서는 나이와 지역, 관심사가 비슷한 1~4명의
이성을 매일 소개해 준다. 보통 24시간 동안만 유효하며
여러 명의 이성 가운데 1명만 선택할 수 있다.

야근이 잦고 바빠서 이성을 만날 시간이 없다. 결혼정보 업체에 회원으로 등록하기도 쑥스럽다. 그렇다고 직장 동료에게 소개팅 부탁을 하기도 싫다. 이성 친구가 없는 사람들이 흔히 대는 핑계다. 하지만 앞으론 그런 핑계가 통하지 않게 됐다. 미국에서 시작된 소셜데이팅(Social Network Dating: SND)이 한국에서도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아직도 소개팅을 한다고? 소셜데이팅 사이트에서 #적은 비용으로 남몰래 데이트 상대 찾을 수 있어

소셜데이팅은 나이, 키워드를 매칭하는 자체 알고리즘을 이용해 온라인에서 하루에 한 명 또는 두 세 명의 성향이 비슷한 이성을 소개해 주고 서로 마음에 들 경우 이름과 전화번호 등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온라인 데이팅의 한 방식이다. 일부 서비스는 페이스북이나 마이스페이스 등과 같은 기존 소셜네트워킹 정보를 연동해 대상자의 정보 신뢰도를 높여 과거 불특정 다수, 익명성을 전제로 무분별하게 이뤄져 온 일회성 온라인 데이팅 사이트의 약점을 보완했다. 이미 국내엔 이음, 코코아북, 끌림, 정오의 데이트, 이츄이상형 등 소셜데이팅 업체 20여 곳이 웹과 모바일 앱을 통해 소셜데이팅 서비스를 한다.

이음을 통해 만나 결혼까지 한 이흥영(36)씨와 신수정씨(32)는 “온라인에서 추천해 준 사람의 취향, 관심사, 가치관을 미리 알고 만나기 때문에 오히려 지인들이 해주는 소개팅보다 더 신뢰도가 높다”고 말한다. 두 사람의 키워드엔 ‘일본 애니메이션’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첫 데이트에서 서로 호감을 느낀 이들은 금세 커플로 발전했다.

이음의 박희은(26) 대표는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와 같은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자신의 프로필을 공개하고 네트워킹을 쌓아나가는데 익숙한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온라인 데이팅에 거부감이 덜하다”고 말한다. 지난해 10월 국내 최초로 소셜 데이팅 사이트를 연 ‘이음’은 현재 가입자만 16만7000여명에 이르며 하루 맺어지는 커플이 평균 300여 쌍에 이른다. 이음에서 만나 결혼에 골인한 커플도 현재까지 16쌍이다. 이음은 손익분기점을 넘긴지 오래고 지금은 월 매출이 1억5000만원이다. 주요수입원은 맺어진 사람이 각각 내는 3300원의 매칭 비용, 전에 소개됐던 사람이 누구인지 다시 확인해 보는 ‘어게인데스티니’ 쿠폰 9900원, 나의 매력지수를 회원들이 어떻게 평가했는지를 확인하는 쿠폰 4900원 등이다.

20~30대 독신 남녀는 누구나 이 사이트에 자신의 얼굴 사진을 최소 2장 올려놓고 20여 개의 키워드 항목에 답하면 회원이 된다. 물론 질문에 성실히 답해야 자신과 어울리는 상대를 만날 가능성이 더 커진다. 회원이 되려면 비교적 까다로운 승인 절차도 거치긴 해야 한다.

일단 회원이 되면 매일 낮 12시 30분경 24시간만 유효한 운명의 상대 1~4명을 ‘점지’받는다. 얼마나 많은 사람을 소개 받느냐는 정기권 구입 등 회원의 지위에 따라 달라진다. 회원들은 데이트 상대의 개인 프로필을 확인한 뒤 마음에 들 경우 OK를, 그렇지 않은 경우 PASS하면 그만이다. 물론 OK하면 3300원의 이용료가 든다. 상대방 역시 OK할 경우 이름과 연락처를 알게 되며 연결된 상황과 결과는 오직 두 사람만 안다. 그러나 만약 상대가 OK하지 않으면 나만 3300원을 손해 보는 셈이다. 그러나 이음은 정기권이나 각종 할인권을 팔기 때문에 실제로는 이보다 조금 더 싸게 먹힌다.

지난 5월 시험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코코아북은 가입자만 3만여 명으로 나이와 지역, 관심사가 비슷한 3명의 이성을 매일 소개해 준다. 역시 24시간 동안만 유효하며 3명의 이성 가운데 1명만 선택할 수 있다. 남녀가 운명적으로 선택한 이성이 서로 일치할 때 상대 이름과 전화번호를 알게 된다. 누가 자신을 택했는지 매칭된 상대 이외는 확인할 수 없다. 코코아북은 이달말 앱을 출시하고 차별화된 매칭시스템을 내세워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미국에서는 매치닷컴(1500만명)과 이하모니(2000만명) 등의 온라인데이팅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IT시장조사 전문기업인 익스페리언 힛와이즈에 따르면 미국의 온라인데이팅 시장 매출규모만 20억 달러이며 2013년엔 모바일 기기를 통한 세계 온라인 데이팅 시장 매출 규모만 14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과거 우리나라 온라인데이트 시장은 30대 이상을 겨냥한 결혼정보회사의 부설사이트나 일회성 만남을 목적으로 한 음란성 채팅시장으로 양분화됐다. 코코아북의 김진환(28) 대표는 “대학생부터 사회초년생 직장인인 20~30대에 알맞은 온라인 데이팅 브랜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매칭 비용은 최소화하고 매칭시스템의 차별화, 앱 활성화로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결혼정보업체에 비해 가격 경쟁력 역시 뛰어나다. 결혼정보회사들은 소개팅비용으로 100~300만원 상당을 받기 때문이다. 입소문 마케팅 역시 성공요인이다. 이음은 IT기업 직장인 네트워크와 서울과 수도권 소재 대학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우수가입자를 유치했다. 이음의 박대표는 “27~31세 직장초년생의 가입이 제일 많다”며 “NHN, 엔씨소프트, 다음 등 8개 IT기업을 대상으로 직장인 온라인 소개팅을 실시했는데 3일만에 2500명 이상이 응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셜데이팅에서 매일 여러 명의 데이트상대와 온·오프라인으로 짧게 만나면서 젊은이들이 인간관계 자체를 피상화 다는 지적도 있다. 세 달전 소셜데이팅을 알게 된 직장인 김영준(30)씨는 “여러 소셜 데이팅 사이트를 통해 10회 정도 매칭에 성공했지만 실제로는 두 번 만났고 진지한 관계로 발전하진 못했다”며 “온라인 상에서 만나 실제로 진지한 만남을 이어가기는 아무래도 어렵다”고 말했다. 불확실한 신원 때문에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적절한 손해배상을 받을 길이 없다는 점도 주의할 부분이다. 지난 7월엔 부산에서 모바일 소셜데이팅을 이용해 성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혼정보회사의 경우 자체 피해보상 규정이 있어 일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지만 소셜데이팅 업체들은 회원들의 허위사실 기재나 만남 후 일어나는 일에는 법적 책임을 지지 않아 주의가 필요하다.

서강대 전상진 교수(사회학과)는 “소셜데이팅 때문에 젊은이들이 즉흥적인 인간관계에 의존하거나 친밀도가 떨어지는 즉석 만남에 빠져들 가능성이 있는 반면 기존의 협소해진 인간관계를 온라인을 통해 넓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배운철 소셜미디어 전략연구소(경희대 언론정보대학원 외래교수) 소장은 "인간 관계나 사랑을 거래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강 혜 원 뉴스위크 한국판 기자
김 효 영 뉴스위크 한국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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