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인지 '쪽박'인지 3년안에 결판 나겠죠!

중앙일보

입력

15년의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생활을 청산하고 벤처기업 사장으로 변신한 위즈네트 김철수 사장. 국제통신연합(ITU) 유명 세션의 의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김사장은 자세를 최대한 낮춰 마케팅에도 직접 나서고 있다. 새로운 것을 하나하나 만들어 나간다는 생각에 온몸이 흥분된다고 한다.

4년 세월에 20억원 개발비 투입

위즈네트(http://www.wiznet.co.kr) 김철수 사장(41)은 요즘 들어 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 아니 잠을 거의 자지 않는다는 게 옳다. 신분이 갑자기 변한 탓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연구만 전념해온 지 15년. 하지만 이젠 벤처기업 사장이다. 그 동안은 자신에게 주어진 일만 하면 됐다. 지금부터는 직원들뿐 아니라 그 가족들까지 책임져야 한다. 수시로 밤샘을 하는 직원들만 남겨두고 퇴근하기에도 뒤통수가 간지럽다. 남아서 야식도 챙겨주고 또 뒤치다꺼리도 하다 보면 어느새 날이 밝아 온다.
"3년 안에 대박인지 쪽박인지가 판가름날 것입니다."

위즈네트는 TCP/IP칩의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보통 사람 엄지손톱 4분의 1 크기의 칩에 1만5천개의 라인을 대신하는 기술이 집약돼 있다.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 없이도 인터넷 을 할 수 있게 하는 최첨단 제품이다. 얼마 전부터 등장하고 있는 정보 가전제품에도 쉽게 적용될 수 있다. 즉 냉장고나 텔레비전 등 가전제품으로 인터넷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속도 도 종전보다 5배 이상 빠르며 가격 경쟁력도 충분하다. 칩당 5달러를 계획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 칩을 개발하는데 4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또 20여억원의 연구개발비도 투입이 됐죠. 이제는 결실을 맺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10월에 상용제품이 나올 거예요.”

김사장은 마케팅을 위해 자신이 직접 기업체를 찾아다니고 있다. 또 마케팅 전문가들도 영입하기 위해 활발히 접촉하고 있다.

아무리 훌륭한 제품을 개발하더라도 팔리지 않으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직원들과 꿈을 공유하는 기업으로 가꿔 나가고 싶습니다. TCP/IP칩이 성공을 거두면 이 칩을 응용한 애플리케이션 담당분야를 별도 법인으로 분사시킬 겁니다. 물론 사장은 지금의 직 원들이 될 거구요. 이것만으로 지금 고생하는 직원들에게 보답이 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위즈네트의 연구소는 가정집이다. 1층은 연구소로 쓰고 2층은 직원들 숙소로 사용한다. 물론 김사장도 연구소 2층에서 숙식을 해결한다. 아직 가족들이 공주에 있기 때문이다. 가족들이 서울로 올라온다 하더라도 상용제품이 나올 때까지는 당분간 이같은 생활을 계속할 계획이다.

김사장은 지난 4월 국제통신연합(ITU)의 비동기전송모드(ATM) 라이트(Lite) 세션의 의장으로도 선출됐다. 세계 1백50여개국의 대표들을 이끄는 막중한 책임과 권한을 가진 자리다. 김 사장의 개인적 꿈은 ITU 전체 의장이 되는 것이다. 이 꿈을 위해 보다 활발한 국제적 활동을 할 방침이다. ITU에서 한국의 통신상황과 위즈네트를 널리 홍보하는 것은 물론이다.

“저는 무엇을 보든지 한번쯤 뒤집어 보는 습관이 있습니다. 기존의 틀을 깨지 않으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굳게 믿기 때문이죠. 이러한 자세를 가진 덕분인지 지금까지 50여편의 기고서를 ITU에 제출했습니다. 아주 드문 경우죠. 많아야 20여편 제출하는 정도거든요. ITU에서 한국의 위상도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김사장은 일하는 게 즐겁다고 말한다. 피곤하고 불규칙한 생활을 하지만 하나하나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나간다는 생각을 하면 짜릿한 흥분이 온 몸에 퍼진다고 한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란 말을 좋아합니다. 최선을 다해 저 자신을 통제한 후 하늘의 뜻을 기다릴 겁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