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키아(BENIKEA)라는 이름의 관광호텔 체인이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만든 국내 최초의 중저가 호텔 브랜드로, 10만원 안팎에 투숙할 수 있는 전국의 호텔을 묶어 이태 전 출범했다. 합리적인 가격과 종업원의 서비스, 고객 만족도 등 관광공사의 엄정한 심사를 통과해야 베니키아 간판을 달 수 있다. 가격과 서비스에서 모두 합격점을 받아야 하는데 지금까지 전국의 특2급∼2급 관광호텔 44곳이 베니키아 체인에 들어왔다. 이 중에서 절반 가까운 19개가 1급 호텔이다. 지방 중저가 호텔 활성화라는 베니키아 사업의 의도가 여기서 드러난다. 이 중에서 지난 1월 베니키아 체인이 된 부산 송정관광호텔을 체험했다.
글·사진=이석희 기자
# 가격 대비 높은 만족도
부산 해운대구 송정 해수욕장 바로 앞에 있는 송정관광호텔은 무궁화 4개가 달려 있었다. 1급 호텔이다. 입구부터 깔끔했고, 말쑥하게 유니폼을 차려입은 프런트 직원은 친절했다. 가장 싼 방을 달라고 하니, 스탠더드룸을 소개했다. 세금 포함해 7만8000원(주말 9만8000원)이었다. 비수기 주중 기준 요금이다.
원래 숙박시설은 첫인상이 중요하다. 객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깨끗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가지런히 놓인 실내화, 잘 정돈된 싱글과 더블 침대, 깔끔하게 세탁된 수건, 깨끗하게 청소된 욕조와 비데 등등…. 그동안 갖고 있던 관광호텔에 대한 안 좋은 생각, 즉 ‘퀴퀴한 냄새에 왠지 바퀴벌레가 나올 것만 같다’는 선입관이 싹 사라졌다.
이 방은 여름철 성수기에는 정상가인 17만원으로 가격이 껑충 뛴다고 한다. ‘꽤 비싼데’라는 생각이 스쳤지만, 성수기에는 해운대 인근 민박집도 방 한 칸이 부르는 게 값이란 걸 익히 알고 있어서 그리 나쁜 가격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호텔에는 객실이 모두 59개 있었다. 크기는 객실에 따라 다르지만 스탠더드룸 기준으로 20㎡(약 6평) 남짓했다. 일본 비즈니스 호텔보다 훨씬 넓어 두어 명이 이용해도 불편해 보이지 않았다. 객실에는 더블과 싱글 베드가 각각 한 개씩 놓여 있고, 화장대·미니바·티 테이블이 있었다. 미니바에는 생수 2개와 음료수 2개가 들어 있는데 공짜다. 그러나 아침은 사먹어야 했다. 주 이용 고객이 내국인이어서 갈비탕(1만원)·버섯전골(1만5000원) 등 한식이 준비되어 있었다.
베니키아 체인 호텔의 장점 중 한 가지가 주변 경관이 좋다는 점이다. 베니키아 체인 호텔 대부분이 지역 유명 관광지에 위치해 있다. 송정관광호텔도 마찬가지였다. 전 객실에서 바다 조망이 가능했다. 디럭스급 이상 객실은 송정해수욕장을 정면에서 내려다볼 수 있게끔 설계돼 있었다.
송정관광호텔 장진이 과장은 “베니키아 호텔 체인 이름을 달고 나서 시설도 개선했지만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역시 서비스”라며 “관광공사에서도 교육을 실시하지만 자체적으로도 직원들을 상대로 친절·서비스 교육을 수시로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호텔 측은 베니키아 호텔 체인이 된 뒤 10% 남짓 객실 판매율이 늘었다고 덧붙였다.
전국에 44곳 지정 … 회원 3만5000명
베니키아 호텔 체인(www.benikea.com)은 2009년 9월 출범했다. 영업 부진으로 허덕이는 전국 관광호텔의 수준을 높여 지방의 숙박시설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관광공사가 기획한 숙박 서비스 사업이다. 현재 베니키아로 지정된 호텔은 전국 44개. 이 중에서 3분의 2 이상이 지방에 있다.
베니키아 예약사이트 회원 수는 3만5000명에 이른다. 지금까지 이 예약 사이트를 통해 판매된 객실은 1만1000건이 넘는다. 지난 한 해 5100여 건이었지만 올해는 이달 16일까지 6300건이 성사됐다. 이런 추세라면 지난해보다 예약률이 50%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호텔리어 교육, 경영자 워크숍 등 맞춤식 교육을 통해 철저히 관리한 덕분이다. 외국인 이용도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 판매된 객실 가운데 30% 정도를 외국인이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홈페이지는 한국어를 비롯해 일본어·중국어·영어 등 4개 국어로 서비스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