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안 팔려 기름값 내린 ‘자동차 왕국’ 중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8면

중국 상하이자동차에서 생산한 최고급 차 로위 750.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자 생산국인 중국의 자동차 업계가 내우외환(內憂外患)에 시달리며 생산과 판매 모두 브레이크가 걸리고 있다. 안으로는 고유가로 인해 판매가 뒷걸음치고, 밖으로는 세계 자동차 업계의 견제에 시달리고 있어서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공식명 중국기차공업협회)와 전국승용차시장신식연석회(승연회)가 잠정 집계한 올 10월 중국 내 자동차 판매 대수는 121만6500대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153만8600대보다 21%, 직전달인 9월의 131만6500대보다 7.6% 각각 줄어든 것이다. 특히 연중 월간 최저치였던 2월의 126만7000대보다 적다.

 중국은 올 1월 189만4400대로 역대 최대 월간 판매 기록을 세우는 등 출발이 좋았다. 특히 4월 상하이모터쇼 기간에 발표된 1분기 판매 실적이 498만9900대로 나타나 연간 판매 2000만 대 시대를 열 것이란 현지 언론 보도가 잇따랐다. 그러나 이런 추세로 간다면 올해 판매 예상치는 1734만 대로 지난해 1806만 대를 밑돌 것으로 보인다.

 중국 자동차 내수시장의 폭발적 성장 때문에 세계 자동차 업계는 중국 내 합작 공장의 생산 능력을 연간 200만 대씩 늘려오고 있다. 올해는 2000만 대, 내년에는 2200만 대까지 생산 능력을 늘릴 계획이었다. 그러나 과잉 생산으로 인한 재고 처리 문제가 연말 중국 자동차 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중국 자동차 시장은 유럽발 재정위기가 수면 위로 떠오른 2분기 이후 서서히 식어갔다. 특히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높은 기름값이 이어진 것이 직격탄이다. 라오다(饒達) 승연회 주석은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고유가가 중국 소비자의 자동차 구매 욕구를 저하시킨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뒤늦게 지난달 9일 통제하고 있던 석유 가격을 1년 만에 처음 인하했다. 중국석유(페트로차이나)와 중국석화(시노펙)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휘발유의 L당 가격을 0.22위안씩 내렸다. 이에 따라 옥탄가 97의 고급 휘발유는 1L당 8.1위안, 옥탄가 93의 보통 휘발유는 7.61위안에 평균적으로 팔리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유가 인하 정책에도 자동차 시장을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뒷북’ 정책이란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중국은 2009년 이후 세계 최대 자동차 판매 시장인 동시에 생산국으로 성장했다. 중국산과 외국산을 합한 내수시장은 지난해 1806만 대가 팔려 2009년(1364만 대)에 이어 2년 연속 최대 판매 시장이 됐다. 생산도 마찬가지다. 세계자동차공업협회(OICA) 기준으로 지난해 1826만 대를 만든 최대 생산국이다. 2위 일본(962만 대)과 3위 미국(776만 대)의 생산 대수를 합한 것보다 많았다.

 중국 자동차 업계는 내수 부진뿐 아니라 다른 세계 자동차 업계의 견제도 이겨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대표적인 것은 최근 불거진 중국 자동차업체의 스웨덴 사브 인수 건이다.

 중국의 팡다자동차와 저장영맨로터스자동차는 사브의 보통주 100%를 1억 유로에 인수한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그러나 예전 사브의 주인이었던 미국 제너럴 모터스(GM)가 기술 사용 문제로 제동을 걸었다. 2000년 사브를 인수했던 GM은 지난해 네덜란드의 스웨디시오토모빌에 넘겼다. 그러나 GM은 여전히 사브 우선주를 보유하고, 핵심 부품을 공급하고 있어 사브 매각은 사실상 GM의 동의 없이는 안 되는 상황이다. GM은 이달 초 성명서를 통해 “멕시코에서 생산 중인 사브 94X 모델의 공급을 중단하고, GM의 기술 사용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힘을 키우려는 중국 자동차 업계를 경쟁국 자동차 업계가 견제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병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