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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람료 7천원으로 인상 추진

중앙일보

입력

극장 입장료를 현행 6천원에서 7천원으로 올리려는 움직임이 영화계 일각에서 일고 있다.

'시네마서비스' '기획시대' 등 제작사들의 모임인 한국영화제작가협회(회장 유인택) 는 최근 '관람료 7천원 인상추진 특별위원회' 를 구성하고 회원들의 의견을 종합해 조만간 관람료 인상을 관철할 방침이다.

그동안 입장료 인상에는 극장이나 외화수입사들이 적극적이었으나 이번엔 한국영화 제작사들이 앞장서고 있어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제작가협회는 "관람료가 지난 1995년 이후 5년간 변동이 없었으며 이에 따라 제작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며 인상 불가피론을 폈다.

요즘 한국영화의 평균 제작비는 13억~18억원으로 손익분기점을 넘기려면 서울에서만 20만명이 들어야한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에 개봉된 25편 중 이 정도 관객이 든 영화는 대 여섯 편에 불과할 정도로 '본전' 을 건지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입장료를 1천원 올릴 경우 지금보다 5만명 정도 덜 들어도 손익을 맞출 수 있다는 것이 제작가협회의 주장이다.

'씨네 2000' 대표 이춘연씨는 "제작비를 건질수 있는 최저 관객수가 낮아지면 굳이 억대 스타를 기용하려고 기를 쓰지 않게 돼 배우를 쓰는데 여유가 생기고 상업성에서 자유로운 저예산 영화에도 투자하기가 쉬워진다" 고 말했다.

관람료 인상에는 극장들의 사정도 한 몫한다. 최근 고급 설비를 갖춘 멀티플렉스(복합상영관) 가 관객을 대거 끌어들이면서 시설 개보수에 따른 극장들의 비용이 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강남의 K극장이나 B극장 등 여러 곳에서 문을 닫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수입을 보장해주지 않으면 폐업하는 극장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게 협회측 주장이다.

그러나 반론도 강하다. 제작비에서 거품을 더 빼야한다는 게 그 중 하나다. 촬영 일수가 40~50회를 넘지 않아야 하는데도 최근 영화들 중에는 1백회가 넘는 경우도 있다.

사전 준비를 제대로 해서 작업의 효율성을 높여야함에도 아직 합리적인 제작시스팀을 정착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 제작비 부담이 줄어든다 해도 과연 스타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질 지도 의심스럽다.〈쉬리〉의 성공 이후 최근 한국영화들이 흥행 대작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해진 만큼 입장료가 올랐다고 대안영화나 저예산영화가 활성화되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의견이 많은 것이다. 게다가 입장료 인상은 극장들의 양극화, 부익부빈익빈 현상만 부채질할 수도 있다.

평일과 휴일의 관람료를 차별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전국극장협회 관계자는 "관람료가 정부의 서비스 요금 정책에 묶여 경직되게 운영돼 온 점이 있다" 며 자율성을 보다 많이 인정해 줄 것을 당부했다.

아무튼 다른 물가에 비해 너무 오래 묶여있었다는 현실적인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인상 이후' 에 대한 대책이 미흡하다면 관람료 인상이 한국영화 진흥으로 바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극장입장료는 89년까지는 한국영화와 외국영화에 차등적으로 적용하다 90년부터 동일하게 메겨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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