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생 대표 음료는 ‘붕붕 드링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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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잠 쫓는 ‘붕붕 드링크’, 구겨진 시험 답안지, 고시생 패션…. 공부와 과제에 쫓기는 서울대생의 일상을 보여주는 물건이 박물관에 나왔다. 서울 신림동 서울대박물관 1층에서 25일까지 열리는 ‘서울대 학생들 이렇게 산다’ 전시에서다. 인류학과 수업 ‘인류학 박물관 실습’ 수강생 22명이 직접 기획하고 꾸몄다.

 전시는 고시생·시험기간·과제물·동아리 4개 주제로 구성됐다. 가장 눈에 띄는 주제는 고시생이다. 독서대·법전·필통 등 ‘고시 필수품’을 갖춘 책상이 나왔다. 사법고시 2차 시험을 3개월 앞둔 고시생의 다이어리에는 ‘1000시간 수행’이란 글씨가 크게 적혀 있다. 총 1000시간 공부하겠다는 뜻이다. 잡념이 들 땐 책상에 붙여둔 포스트잇에 막대를 하나씩 그어 바를 정(正) 자를 쓰며 반성한다. 연애 생각이 날 땐 막대기 두 개다.

 어느 사법시험 합격자는 동영상 인터뷰에서 “2월엔 문자 보는 게 피곤해 휴대전화를 정지했고, 3월엔 어지러워 TV를 끊었다. 4월께 되니 가요를 못 듣겠고 좀 더 지나니 클래식도 못 듣겠더라”며 고시 준비가 얼마나 기력을 소진시키는지 증언한다.

서울대 학생들이 즐겨 마시는 음료수

 고시생만 공부하는 건 아니다. 시험 기간, 학생들은 잠을 쫓기 위해 갖은 묘수를 짜낸다. 각종 드링크제에 비타민을 섞어 만드는 이른바 ‘붕붕 드링크’. 가령 ‘박카스+레모나 2포’로 제조한 붕붕 드링크는 박카스만 마셨을 때보다 1.5배 효과가 난다는 설이 있다. 취업난 때문에 학점 관리는 필수다. 그러나 서울대는 무분별한 재수강을 막기 위해 C+ 이하가 나왔을 때만 재수강을 허락한다. 어떤 학생들은 B-를 받으면 다음과 같은 e-메일을 교수에게 보낸다. “선생님 제발 C+로 내려주세요 뿌잉뿌잉 > ㅅ < ”

 동아리방의 풍경과 소품, 단과대별 과제물 샘플도 전시된다. 서울대 인류학과 3학점짜리 전공 수업 과제물 표본이다. 수업을 맡은 강정원 교수는 “서울대생의 의식주를 기대했는데 막상 학생들은 고시·시험 등의 주제를 들고 왔다. 요즘 학생들의 고민거리가 고스란히 반영됐다”고 말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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