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유중 레스토랑 부에노스 아이레스 대표

중앙일보

입력

레스토랑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통해 아르헨티나 문화를 알리고 있는 박유중 대표.

서초구 잠원동의 조용한 골목길. 강렬한 탱고 음악이 건물에서 새어 나오고 잠시 뒤 환호와 박수소리가 이어진다. 아르헨티나 레스토랑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열리는 탱고 공연 소리다. 지하 와인 저장고에 마련된 조촐한 무대에 멋진 드레스와 수트를 입고선 이들은 탱고 댄서 ‘마우리시오-이바나’커플이다. 아르헨티나 문화를 제대로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해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박유중(60) 대표가 아르헨티나 현지에서 초빙한 국가대표급 댄서다. 매일 밤 9시부터 30분간 진행되는 탱고 공연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한 이들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라틴 댄스 열풍과 함께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이 곳이 소개되면서 관객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문화를 좀 더 친숙하게 접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적자를 무릅쓰고 공연을 한다”는 박 대표는 “매일 탱고 공연을 볼 수 있는 곳, 누구나 한번쯤 와 보고싶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와인과 음식을 통한 문화 교류

이 곳이 처음부터 레스토랑이었던 건 아니다. ‘아르헨티나 문화를 알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아르헨티나 와인 유통 사업을 시작한 박 대표가 3년 전, 와인 시음장을 연 것이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시작이다. 박 대표는1980년대 초반 아르헨티나로 이민을 떠나 섬유산업을 통해 현지에서 기반을 다진 사업가로, 한국과 아르헨티나를 오가며 양국의 교류를 도모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인생의 절반을 한국과 아르헨티나에서 각각 보낸 만큼 두 나라에 대해 갖는 애정과 열정은 짐작 그 이상이다.

아르헨티나에서 사업을 하던 그가 한국을 오가며 와인과 레스토랑 사업을 하기 시작한건 2005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아르헨티나 산업박람회에 참가한 이후부터다. 박람회에서 만난 주한 아르헨티나 대사가 아르헨티나의 특산물을 국내에 소개하는 것에 대해 논의해왔고, 고민 끝에 그는 문화와 감성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와인’을 선택했다.

“와인은 극히 감성적인 상품이죠.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아르헨티나 문화를 알리는데도 좋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르헨티나 현지 와인을 수입하고, OEM으로도 제조해 한국 브랜드로 아르헨티나와인을 출시하기도 했다. 그가 론칭한 브랜드는 ‘포도와人’. 와인 시음장을 찾은 사람들이 아르헨티나 음식도 맛보게 해달라고 요청하면서 시음장은 레스토랑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축구 응원하고 대사관 주요 행사도 열려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국내에서 아르헨티나음식과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다.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이곳에 들러 종종 식사를 한다. 매운 음식을 먹지 못해 한국에서 어려움을 겪는 그들에게 이 곳은 고향의 향수를 느끼게 한다. 아르헨티나인들 외에도 와인 애호가, 라틴 문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도 즐겨 찾는다. 아르헨티나 현지에서 요리학교를 졸업한 한국인 교포가 주방을 책임져, 현지의 맛을 그대로 즐길 수 있다. 대표 요리는 아르헨티나식 만두인 ‘엠빠나가’, 소갈비 요리 ‘아사도’, 아르헨티나식 그라탕 ‘파스텔 드 빠빠’ 등이다.

아르헨티나 문화를 접할 수 있는 대표적 공간이니만큼 아르헨티나 대사관의 관심도 높다. 박 대표가 우리나라와 아르헨티나와의 교류를 도모하는 민간 단체 ‘한국-아르헨티나 협회’의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기도 해, 대사관 관련 행사가 열리는 주요 장소로도 자주 활용된다. 다음달 중순에 있을 ‘아르헨티나 주간’의 사진전과 탱고 공연, 문화 강연도 이곳에서 열릴 예정이다.

지난해 월드컵 때는 한국과 아르헨티나와 의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아르헨티나인들이 대거 모여들어 응원전을 펼쳤다. 올 5월에는 G20 국회의장회의에 참석한 아르헨티나 부통령이자 상원의원 훌리오 꼬보스가 관계자들과 만찬을 즐기기도 했다.

박대표의 목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르헨티나 문화를 좀 더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다음달 초 여의도에 부에노스 아이레스 2호점을 오픈한다. ‘리틀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잠원동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와인과 음식을 소개할 생각이다. 그는 “한끼에 1만원~1만5000원 정도인 한식 수준의 가격대를 유지하면서 와인을 즐길 수 있다면 훨씬 많은 이들이 레스토랑을 찾고 아르헨티나 문화를 접할 수 있다”고 말한다. 프랑스나 이탈리아 와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품질을 인정받고 있는 아르헨티나 와인이 리틀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박 대표는 멀지 않은 미래에 ‘아르헨티나 문화원’을 운영할 생각도 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이모저모를 접할 수 있는 제대로 된 공간을 운영하는 것이 꿈입니다. 풍부한 자원과 열정정인 삶의 모습 등 꼽아볼수록 아르헨티나는 분명 매력적인 나라거든요.”

<하현정 기자 happyha@joongang.co.kr 사진="김경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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